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여성본부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앞서 이 교수는 선거대책위원회 공동 선대위원장에 임명됐다가 선대위 해체로 위원장직에서 해촉된 뒤 고문을 맡아왔다.
이 교수는 18일 뉴스1에 “오늘 오전 여성본부장을 맡은 양금희 의원에게 고문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누구라도 김지은씨에게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며 “여성본부 고문 자리보다 양심의 소리 한자라도 적는 게 그 순간 더 절박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에 “서울의소리 녹취록 파동이 안희정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님께 끼쳤을 심적 고통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위 여성본부 고문으로서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적은 바 있다.
아울러 ‘줄리설’로 인한 여성 비하적 인격 말살로 후보자 부인 스스로도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왔었음에도, 성폭력 피해 당사자이신 김지은님의 고통에 대해서는 막상 세심한 배려를 드리지 못한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대신 고개를 숙였다.
이 교수의 이 같은 사과 후 몇몇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의 사과는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나눈 통화 녹취록에서 비롯됐다. 지난 16일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 기자에게 “난 안희정이 솔직히 불쌍하더만.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라며 “‘미투’라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미투도 문재인 정권에서 먼저 터뜨리면서 그걸 잡자고 했잖아”라며 “아니 그걸 뭐하러 잡자 하냐고, 사람이 살아가는 게 너무 삭막해”라고 거듭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이 논란에 김 대표 측은 MBC에 보낸 해명에서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됐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김지은씨는 전날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김 대표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며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 대표의 태도를 보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그렇게 쉽게 폄훼하는 말도 들었다”며 “당신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2차 가해의 씨앗이 되었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었다.
한편 상담소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김건희 미투 폄하·성폭력피해자 조롱 발언 사태, 다시 말한다”며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2022년 20대 대선 시기, 가해자들이 사라지고 대명천지에 성폭력피해자만이 모욕적이고 참을 수 없는 추가적인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이 고문은 안희정 사건 피해자에게 ‘대신’ 사과한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2차 가해 발언 당사자 김건희는 보이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에 사과 및 성폭력 2차 피해 방지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