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월 중순이지만 올해 들어 처음 만난 사람과는 여전히 새해 인사를 나눈다. 생각해보니 나이가 어렸을 때는 윗분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면 덕담과 함께 나이 질문을 자주 받았다. 처음 본 사람에게조차 거침없이 나이를 묻는 시대였기도 했고, 오랜만에 본 어린아이에게 딱히 물어볼 것도 없으니 나이라도 물었을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살요”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나이의 사회적 의미를 알고 난 뒤로는 “몇 살로 보여요?”라고 반문하기도 하고, ‘애먼 나이’와 ‘세는 나이’를 나눠 대답하기도 했다. 아직도 상대방의 나이에 따라서 사용하는 언어와 태도가 달라지다 보니 나이 질문을 받는 사람도 상대에 따라 응대한다.
사람은 자신의 나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유일한 생명체다. 태어난 연월일 그리고 시각까지 정확히 알고 있고 공식문서로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나이를 증명하기도 한다. 한동안은 부모님이 매년 알려주는 나이를 기억해 두는 것이지만, 글을 읽고 숫자를 셀 정도가 되면 스스로 나이를 계산한다. 나이를 숫자로 표현하다 보니 나이를 기준으로 구별하기도 하고 남들과 비교도 한다. 생애주기를 나이에 따라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 등으로 구분해 사회경제적 역할을 강요하기도 한다. 시기를 놓치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 차이가 있으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생각한다. 최소한 유교문화권에서는 열다섯살(志學)에는 학문에 뜻을 두고, 서른살(而立)에는 뜻을 세우고, 쉰살(知天命)에는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할 것만 같다. 나이를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이 때론 자신을 억압하는 꼴이다.
사람을 제외한 모든 동물은 나이를 모르고 산다. 그래서인지 야생동물은 ‘늙은 개체’와 ‘젊은 개체’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불분명하다. 약 40년간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아프리카붉은콜로부스원숭이(red colobus monkey)의 행동을 연구한 미국 듀크대학교의 스트러세이커(Thomas T. Struhsaker)조차도 행동에 따라 유아나 청소년, 성체 등은 구분할 수 있었지만 ‘늙은 개체’를 규정하는 특성을 찾지 못했다. 침팬지 행동연구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구달(Dame Jane Morris Goodall)도 30여년 동안 침팬지를 관찰하면서 무리 중 늙은 티가 나는 개체는 극소수라고 이야기했다. 나이가 들어 털 색이 바래거나 이빨이 빠져 겉모습으로 늙은 개체를 구분할 수도 있지만, 행동이나 습성에서는 늙은 개체와 젊은 개체가 구분되지 않았다. 더욱이 일부 생물은 겉모습조차도 늙은 개체와 젊은 개체 간에 차이가 없다. 삼색제비(cliff swallow)는 나이가 들어도 화려한 깃털 색을 유지하고 기린은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몸 무늬가 뚜렷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