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9일 치러지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 후보를 둘러싼 ‘녹취록 폭로전’이 정치권에 불붙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공정 사회’를 국정운영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후보와 가족의 지난 과오에 초점을 맞춘 네거티브가 선거판을 주도하며 ‘최악의 비호감 대선’, ‘정치 혐오를 키우는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같은 시기에 공개된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녹취록’과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은 ‘네거티브전’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8일 이 후보의 욕설이 담긴 160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공개한 장영하 변호사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변호사의 휴대폰에 저장된 육성 파일을 직접 틀었다. 장 변호사는 “이 후보는 형수에 대한 욕설 원인을 형님과 형수가 어머니를 때리고 욕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시점상 형수에 대한 욕설은 2012년 7월 6일, 존속 상해 논란은 7월 15일이었다. 사건 발생 시간과 순서만 봐도 이 후보의 거짓말은 너무나 분명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후보와 형과 갈등은 (이 후보가 형을) 전적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해서 생긴 것인데, 그것을 가리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가혹행위를 들고나온 건 명백한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의 형인 이재선씨는 2017년 폐암으로 사망했다.
민주당은 김씨에 대해 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를 언급하며 ‘제2의 최순실’ 만들기에 주력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16일 MBC가 공개한 김씨의 통화 내용과 관련해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김씨가 윤 후보 행동을 장악하고 영향력을 미칠 뿐 아니라 선거캠프, 모든 정치 현안에 관여하는 게 명백히 드러났다”며 “주술과 마법 같은 데 의존하는 나라가 되면 나라가 크게 위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방송에서 “권력욕과 정치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이미지였는데 최순실의 아류를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김씨의 통화 녹취 발언에 대해 지난 17일 “어찌 됐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국민의힘은 녹음파일을 제공한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와 이를 보도한 MBC를 고발 조치했다. 양당 모두 후보는 사과하고 당은 법적 대응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국민의힘은 MBC의 추가 방송을 예고한 것에 대해 이날 법원에 또다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MBC측에 방송 요지와 내용을 알려주고 반론권을 보장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알려주지 않았다”며 “무엇을 방송할지도 모르는데 반론하라는 것은 상식과 취재윤리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이 후보 관련 새로운 음성파일이 공개됐는데 MBC는 이 후보의 형수 욕설을 적어도 같은 분량과 형식으로 공정성 있는 보도를 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