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9일 나란히 가상자산 공약을 발표하며 정책 대결에 나섰다. 현 정부의 가상자산 관련 규제로 자산 증식 기회를 잃었다며 반발하는 2030 세대를 의식한 행보다. 두 후보 모두 시장 활성화 및 안전장치 마련을 강조했다. 그러나 앞서 여야가 가상자산 과세가 임박하자 정부 방침을 뒤엎고 1년 유예를 관철한 것과 마찬가지로 대선을 의식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후보는 이날 강남구 역삼동에서 가상자산 4대 거래소 대표 및 전문가 간담회에서 “눈을 가린다고 이미 존재하는 시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피할 수 없다면 앞서가야 한다”며 가상자산업의 제도화를 선언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정부에서 가상자산의 발행을 원천 금지하고 마치 없는 것으로 부정해 시장 발전이 지체된 점은 문제가 있었다”며 집권여당 후보로서 사과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770만 가상자산 투자자를 주식 투자자 수준으로 안전하게 보호하고 거래의 불편한 점을 개선해나가겠다”며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공약을 발표했다. 윤 후보는 2030을 겨냥해 “가상화폐는 국민 자산 형성의 중요한 포트폴리오”라며 “청년들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력 후보들의 잇따른 가상자산 관련 공약에 정부 셈법은 복잡해졌다. 이날 윤 후보가 “안전장치가 마련된 거래소부터 가상화폐공개(ICO)를 허용하겠다”고, 이 후보가 “ICO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차기 정부에서 ICO가 시행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ICO(Initial Coin Offering)는 새로운 가상화폐를 만들기 위해 업체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선결 과제로 꼽고 있다. 그러나 ICO는 2017년 금융위원회가 시장 과열을 이유로 전면 금지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의견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후보들의 가상자산 과세 방침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날 윤 후보는 “선(先)정비, 후(後) 과세”라며 가상자산 과세를 투자 환경이 개선된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공약대로라면 이미 정치권의 요구로 2023년으로 유예된 과세 시기가 또다시 늦춰지게 된다. 현재 250만원인 가상자산 양도차익 기본공제액도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윤 후보가 주식거래 기준과 같은 5000만원까지 상향하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이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면세점을 올려야 하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상자산으로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사람도 있는데 무조건 과세를 늦추는 게 해답은 아니다”라며 “조세정의 차원에서라도 더 이상의 유예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