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모바일로 영상작품 보겠냐? 나라도 유튜브나 넷플릭스 본다.” 하루아침에 전시장이 문을 닫고 우후죽순 온라인 상영회가 열리던 작년 이맘때쯤 짧은 영화를 만드는 동료 작가가 푸념 섞인 소릴 했다. 코로나19 유행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대면화의 급물살을 타고 많은 문화예술 콘텐츠가 온라인으로 장소를 옮겼다. 납작하고 작은 화면을 엄지손가락으로 쓱쓱 넘기며 누군가의 창작물을 빠르게 소비하는 일은 어느새 익숙해진 듯하지만, 어떤 ‘예술적 경험’을 했다고 하기엔 ‘온라인’은 아직 어색하고 혼란스럽다.
지난해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기록자로 참여하게 됐다. 콘텐츠 개발을 맡은 작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막막해했다. 그동안 얼마나 시각에 의존해서 살았는지, 여태 ‘비대면 방식’이라고 여겨왔던 온라인 전시나 온라인 수업마저도 얼마나 ‘시각적인’ 대안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낯선 세계에 조금씩 적응하며 우리는 여러 가지 질문을 떠올렸다. 본다는 게 뭘까? 보고도 못 봤던 때는 없었나?
개발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 대상’ 비대면 콘텐츠에서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함께 놀 수 있는’ 콘텐츠로 개발의 초점이 옮겨졌다. 그 결과 무기 제작이나 검도, 활쏘기 등 무술 동작을 소리로 듣고 따라할 수 있도록 만든 오디오 가이드가 탄생했다. 연주 방법을 전혀 몰라도 직접 소리를 내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11가지 창작 타악기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