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정책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일 각각 소득세와 반려동물, 영유아 보육에 관한 생활밀착형 공약들을 한꺼번에 발표하는 등 정책행보를 이어갔다. 윤 후보는 가상자산 콘퍼런스에 참석해선 해당 분야 산업 발전을 위해 명시적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명하게 세금 내는 봉급생활자들에게 더욱 넉넉한 13월의 보너스로 보답하겠다”며 연말정산 소득공제폭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윤 후보는 근로소득세 인적공제의 본인 기본공제액을 1인당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부양가족 연령도 만 20세 이하에서 만 25세 이하로 상향조정하고, 현행 연소득 100만원 이하인 부양가족의 공제 혜택 범위를 200만원 이하까지 넓히겠다고 했다. 근로소득만 있는 부양가족의 인적공제 배제 기준도 총 급여액 500만원 이하에서 700만원 이하로 변경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이처럼 인적공제를 확대하면 봉급생활자의 세금 부담이 연 3조원 정도 가벼워진다”며 “대학생 자녀 한 명을 둔 연봉 6000만원의 외벌이 가장은 세금을 지금보다 50만원 정도 더 돌려받게 된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그는 또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식비와 숙박비, 유류비, 교통비 등에 대한 공제율을 두 배로 올려 세금 부담을 연 450억원 가량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신용카드 공제 한도를 일괄적으로 50% 인상해 세금 부담을 연 750억원 덜어주겠다고도 했다.
이어 윤 후보는 동물복지공단을 설립해 주요 반려동물이 자주 걸리는 질환에 대한 진료 항목 표준화와 항목별 비용 공시 등과 함께 표준수가제를 도입, 진료비 부담을 대폭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표준수가제를 도입하면 평균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진료비를 청구하는 일부 동물병원도 가격을 조정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게 윤 후보의 생각이다. 그는 또 반려동물 진료비와 치료비를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한편, 표준수가제 도입 전까지 진료비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이 공약은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우는 윤 후보의 개인적 경험을 녹여낸 것이라고 한다. 윤 후보는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사업 발전을 위해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반려동물 사료 등의 생산·유통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도 공언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이나 추모공원 등의 설치도 지원할 계획이다.
윤 후보는 동물권 보호 차원에서 동물 판매업자에 대한 시설과 위생 기준을 강화하고 면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강아지 공장’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유·보 통합)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윤 후보는 “만 0∼5세의 보육과 교육 국가책임제를 통해 영유아 단계에서의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겠다”며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나뉜 서비스 체계를 단계적으로 통합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든 유형의 보육시설과 유치원에 친환경 무상 점심 급식비 월 6만원(영아는 5만원)을 추가 지원하고 부모가 부담하는 조식비와 석식비도 지원해 ‘하루 세끼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겠다고도 설명했다. 필요한 예산은 1조5000억∼1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윤 후보는 기존의 불요불급한 예산을 조정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추가 배치로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만 0세는 1대 2, 1세는 1대 4, 2세는 1대 6으로 각각 축소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윤 후보는 오전에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2 가상자산 콘퍼런스에선 “가상자산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현실과 동떨어지고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시장만큼은 걱정 없도록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안전한 투자 플랫폼 조성, 공시제도 등으로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후보는 전날 발표한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공약에서 가상자산 수익 5000만원까지 양도소득세 면제, 국내 코인발행(ICO·가상통화공개) 허용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열다섯 번째 ‘석열씨의 심쿵약속’으로 통신사가 수사기관에 개인 통신자료를 제공할 경우 10일 이내에 조회된 당사자에게 문자 등을 통해 주요 내용과 사용 목적, 제공일 등을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겠다고도 발표했다. 다만 수사의 보안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필요할 경우에는 최대 6개월까지 통보를 유예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도 마련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대선 선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펀드’를 모금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1인당 최소 2만원을 투자하면 윤 후보가 15% 이상 득표에 성공할 경우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 받는 오는 5월 중에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방식의 펀드다. 모금은 내달 중 이뤄지고, 목표액은 200억∼300억원이라고 한다. 이자율은 3% 안팎으로 설정될 것으로 국민의힘은 예상했다. 국민의힘은 이와 별도로 ‘깨끗한 선거 비용 마련’을 목표로 지난 17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당원들을 상대로 특별당비 모금에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