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례 깨고 친여 선관위원 임기 연장, 선거 중립 안중에 없나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4일 상임위원 임기가 끝나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사표를 반려하고 비상임위원으로 남게 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선관위원의 임기는 6년이지만 이 중 선관위의 행정과 조직을 좌우하는 상근직 상임위원의 임기는 3년이다. 1999년 상임위원 임기규정을 둔 이래 7명의 상임위원이 3년 임기를 마치고 선관위를 떠났다. 청와대가 이번에 임기 관례를 깨는 결정을 한 것이다. 청와대는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의 안정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대선용 알박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 위원은 애당초 선관위원이 될 자격이 없던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특보였다고 캠프 백서에 기록된 인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조 위원 임명을 강행했다. 조 위원은 임기를 반년 남겨둔 지난해 7월 돌연 사표를 내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상임위원 알박기 인선을 할 기회를 주려 했다는 의혹을 샀다. 야당은 “조 위원이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헌법상 독립성이 보장된 선관위에 2010년 이후 위임전결 규정 개정사항 자료를 요구해 들여다본 것도 의심을 키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 선관위 위원 9명 중 8명이 문 정부서 임명한 친여 인사이고 야당 추천 인사는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재판의 주심이었다. 국민의힘이 야당 몫으로 추천한 문상부 후보자 선출안은 민주당의 반대에 2개월이 넘도록 국회에 상정조차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입당 경력이 있다는 이유인데, 과거에 여당 출신 선관위원 중에서도 유사한 선례가 있었다. 선관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수시로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선거 주무 장관 자리에 친문 중진 의원을 끝까지 앉혀 놓고 있는 건 모순이다. 역대 정권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이에 더해 친여 선관위원 임기연장까지 하니 ‘관권 선거를 한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 선관위의 중립성이 의심받으면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심각한 사회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