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는 허순도 책임연구원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남극 보스토크 기지에서 진행 중인 심부빙하 시추에 참여한다고 21일 밝혔다. 허 연구원은 50만∼120만년 전 눈이 쌓여 만들어진 빙하를 시추하게 된다.
보스토크 기지는 구소련이 남극 내륙 연구를 위해 1957년 문을 연 곳이다. 연 평균 기온이 영하 55도로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남극점의 연 평균 기온은 영하 49도이다. 1983년 7월 보스토크 기지에서는 영하 89.2도가 관측됐다. 이는 인류가 직접 측정한 최저 기온이다.
허 책임연구원은 “보스토크 기지는 와서 보니 그동안 경험해본 어느 극지 현장보다 춥다”며 “고도가 높고 기압이 낮아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호흡이 가쁘고 깊이 잠들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연구로 과거 기후변화 기록을 120만년 전까지 복원하고, 빙저호의 지질과 미생물을 밝히고자 한다”고 전했다.
허 책임연구원은 20년 이상 다양한 극지 현장과 고산빙하 탐사를 경험했으며,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장으로도 근무한 베테랑이라고 극지연구소는 설명했다. 이번 시추 참여는 극지연구소가 2020년 러시아 극지연구소와 맺은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에 따른 것이다.
5G 시추에 이어 내년부터는 보스토크 기지 인근에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얼음을 목표로 공동 심부빙하 시추도 추진할 계획이다.
강성호 극지연구소장은 “지금 남극에서는 '가장 오래된 얼음 찾기'를 두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극지연구소는 다른 나라와 협력을 통해 시추기술을 확보하고, 과거 기후 기록을 복원해 미래 기후변화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