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즐거움 가득 찼던 빛고을 ‘배구 큰잔치’ 열기 후끈

3년 만에 열린 V리그 올스타전

예매 시작 1분 만에 전좌석 매진
팬들 응원 피켓 들고 선수들 반겨
76년 올림픽 銅 선배들에 꽃다발
中리그 마친 김연경도 참석 눈길

‘V-스타’팀, 3세트 총점서 승리
임성진·이소영 남녀 MVP 선정
V-스타팀 감독을 맡은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가운데)이 23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3년 만에 열린 2021∼2022 V리그 올스타전에서 팀 득점이 나오자 선수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광주=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 속에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만남의 즐거움’이다. 어떤 목적도 없이 그저 함께하기만 해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 감염 우려 속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23일 광주광역시 페퍼스타디움은 아쉬움 대신 만남의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 이날 2021~2022 프로배구 V리그 올스타전이 열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속에 앞선 두 시즌은 선수와 팬들의 만남의 장인 올스타전이 열리지 못했다. 무려 3년 만에 열린 프로배구의 잔치에서 팬들은 마음껏 스타들에 열광했고, 선수들은 오랜만에 경쟁에서 벗어나 순수한 마음으로 팬들과 호흡했다.

 

지난 20일 예매를 시작한 뒤 1분 만에 2679장의 표가 매진된 가운데 경기 시작 전국에서 모인 팬들이 수 시간 전부터 경기장 앞에서 기다리며 속속 도착하는 선수들을 뜨겁게 맞이했다.

 

이후 선수가 팬들의 소원을 직접 들어주는 ‘소원을 말해봐’ 등 올스타전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사전행사들이 3년 만에 펼쳐졌다. 팬투표에서 역대 최다인 11만3448 표를 얻은 김희진(31·IBK기업은행)을 비롯해 박정아(29·한국도로공사), 임동혁(23·대한항공), 임성진(23·한국전력) 등 남녀 배구의 현재·미래의 스타들이 팬들과 함께 호흡했다.

김연경을 비롯한 2022 도쿄올림픽 4강 멤버들이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선배들에게 올스타 유니폼과 꽃다발을 선물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광주=뉴시스

경기 시작 전에는 뜻깊은 자리도 마련됐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일군 후배들이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선배들 만나 올스타 유니폼과 꽃다발을 전달한 것. 최근 중국리그를 마친 김연경(34)도 함께해 더 의미가 깊었다. 이를 통해 배구팬들은 한국 여자배구가 꾸준히 세계 무대 속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두었음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팬 서비스로 유명한 V리그 올스타전답게 본 경기도 즐거운 이벤트가 가득했다. 팬들이 사전에 SNS를 통해 응모한 별명을 이름 대신 유니폼에 붙인 선수들과 감독들은 이날만큼은 평소 모습에서 벗어나 공격 때마다 발랄한 댄스와 여흥으로 팬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경기 방식도 기존과는 달라 팬들의 흥미를 더했다. 총 3세트로 이루어진 본 경기 중 1세트는 여자부, 3세트는 남자부 경기가 치러진 가운데 2세트에는 남녀 혼성 경기로 색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코치와 심판진이 경기에 투입돼 선수들과 어우러지는 등 팬들의 예상을 뒤집는 전개가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날 경기는 남자부 우리카드, KB손해보험, 현대캐피탈, 삼성화재와 여자부 흥국생명, 한국도로공사, 현대건설, 페퍼저축은행이 한팀으로 뭉친 ‘V-스타’가 3세트 총점에서 41-40으로 앞서 ‘K-스타’에 승리했다. 남자부 임성진, 여자부 이소영(28·KGC인삼공사)이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이소영은 스파이크 서브 콘테스트에서도 통산 세 번째로 우승했고, 남자부는 서브왕은 조재성(27·OK금융그룹)이 차지했다.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던 이날, 선수들은 오랜만에 열린 배구 축제에서 마음껏 끼를 뽐냈고, 팬들은 즐거운 추억을 안고 웃으며 경기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