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소년 중에서 뼈만 남을 정도로 앙상한 몸매를 선망하는 경우가 적잖다. 이를 위해 굶기조차 거부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국내 10~20대 초반 여성들은 이를 ‘뼈마름’이라고 부르며, SNS를 통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가 아닌, 무작정 마르기 위한 다이어트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청소년이 무조건 굶는다면 성장에 필요한 영양을 얻지 못해 건강에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신경성 식욕부진, 이른바 ‘거식증’ 환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거식증 진료인원은 2015년 1590명에서 2019년 1845명으로 지난 5년간 16%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환자가 가장 많은 성별·연령 집단이 10대 여성(14.4%)으로 무려 1208명이었다는 것이다.
10대 청소년은 건강보다 다른 사람의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래집단과의 연대감도 일상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과거부터 10~20대 젊은 여성에서의 거식증 등 섭식장애는 적잖이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를 ‘옳은 것’으로 믿으며,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 이른 게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이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프로아나 족’이라고 한다. 프로아나는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아나렉시아(anorexia)’를 합친 말이다. 이들은 체중조절에 집착하며, 말랐음에도 체중·체형에 과도한 관심을 쏟는다. 자존감 저하, 우울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프로아나족인 아이들이 가장 많이 택하는 것은 500㎖ 우유 한팩과 사과 한 개, 게맛살 한 개 등 적은 양의 한 가지 음식으로 하루 종일 버티는 것이다. 아예 음식을 거부하기도 한다. 음식을 씹으며 맛을 본 뒤 그대로 뱉거나, 다른 사람 앞에서 거식증을 티내지 않기 위해 함께 식사하고 구토하는 ‘먹토’도 흔하다.
365mc 노원점 채규희 대표원장은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사망률이 15%에 육박하는 위험한 질병이며, 이때 대체로 심장병으로 인해 사망한다”며 “이밖에 성장기 청소년에서 저체중 현상이 지속되면 뇌 발달 저해, 감염질환 취약, 골다공증 등을 겪을 수 있다. 여학생은 생리불순·불임 문제에도 직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먹고 토하는 문제는 심각한데 이는 위염·역류성 식도염·얼굴형 변화 등의 다양한 건강문제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중 일부는 최근 소셜미디어(SNS)의 영향으로 프로아나족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 인스타그램 등 활발한 SNS 활동으로 청소년들이 이미지에 관심을 갖는 건 흔한 현상이지만, 이로 인해 자신의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채 원장은 “청소년들은 대체로 마른 몸을 선호하는데, 이와 관련된 정보에 자주 노출될수록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쉽다”며 “이와 관련 해외 SNS에서도 거식증, 무리한 다이어트에 대한 관련된 정보에 대해 제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거식증은 자신이 병에 걸렸음을 인지하고 치료 의지를 갖는다면 완치할 수 있는 병이다. 그러나 자신을 프로아나족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 자신이 병에 걸렸음을 부정하곤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자의 관심이다. 아이의 ‘신경성 식욕부진증세’를 빠르게 파악하고 케어에 나서야 한다. 가령 아이가 자주 식사를 피하기 위해 ‘먼저 먹었어요’ ‘이따 먹을게요’ 등의 기피현상을 자주 보인다면 아이의 식사를 끝까지 관찰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
청소년기에 선망하는 몸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자신이 갖고 싶은 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함께 정확한 체중관리 방법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