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뚫고 4%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11년 만의 최고치다. 코로나19 속에 2019년 역성장을 했던 기저효과와 소비 회복, 수출 증대 효과로 지난해 성장률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올해 3% 성장률을 전망했으나 코로나19 재확산, 미국과 중국의 경기 하강 가능성, 미국의 통화 긴축,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이 많아 낙관하기 쉽지 않다.
◆코로나 변이에도 4분기 성장세 유지… 소비·수출 상승세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민간소비와 수출이 증가 전환하고 설비투자와 정부 소비 증가가 지속됐다”면서 “코로나19에 소비 주체들이 적응해나가며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백신 접종, 방역조치 완화, 정부 추경도 (성장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또 “세계 경제적으로도 보면 글로벌 경기회복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수출품 수요가 꾸준히 늘었다”고 높은 성장률의 배경을 설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위기 첫해인 2020년 역성장 폭을 최소화한 데 이어 코로나 2년 차인 지난해 4% 성장을 통해 주요 20개국(G20) 선진국 중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경제 잘 견뎠지만… 긴축 충격에 대비해야
통상 경제 위기가 찾아오고 난 뒤면 하락했던 성장률이 다시 상승하는 ‘V자 곡선’ 그래프가 그려진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5.1%를 기록했다가 1999년에는 11.5% 급상승하며 2년 평균 2.8%를 나타냈다. 글로벌금융위기가 찾아온 2009년에는 0.8%로 주춤했다가 2010년 6.8% 성장하며 2년 평균 3.8%를 기록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의 2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연 1.5%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저효과라고는 해도 4%면 잘 한 편”이라면서 “2020년의 -0.9% 성장률도 당시 다른 나라들이 -7~8%였던 것과 비교하면 괜찮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2020년은 방역으로 ‘록다운’(봉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적 타격이 크지 않았고, 지난해는 전세계가 확장 재정을 펼치면서 총수요가 늘어나고 우리 수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기저효과가 반 정도 되고, 확장 재정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비는 비대면으로 대체됐고, 불확실성은 있지만 경제 시스템이 마비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는 낙관하기 쉽지 않다. 시중에 막대한 돈이 풀린 여파로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고 전 세계가 긴축 모드에 들어가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 이미 자산시장이 흔들리고 있고, 경제 회복이 더딘 신흥국이 부채 위기에 빠질 경우 글로벌 경기가 움츠러들 가능성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가 3.0%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전망치인 3.3%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IMF는 이날 ‘세계경제전망 수정’을 발표하며 올해와 내년 한국의 성장률을 각각 3.0%, 2.9%로 내다봤다. IMF가 전망한 올해 전망치는 정부(3.1%)보다 0.1%포인트 낮고,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