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정치 쇄신,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며 ‘박스권 탈출’ 승부수를 띄웠다. 이 후보 측은 설 연휴 직전 일주일을 “대선 기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한 주”로 규정하고 총력전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 후보는 26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의도 정치를 확 바꾸겠다”고 했다. 거대 양당 등 기존 정치세력에 대해 “국민의 삶을 뒷전으로 물려놓고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견고한 기득권 카르텔로 변질됐다”고 규정했다.
이 후보의 정치개혁 예고는 정권교체론에 발목 잡힌 지지율 정체를 뚫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정치구도를 향한 환멸로 전환하면 정권교체 여론을 희석할 수 있어서다.
이 후보는 또 “앞으로 일체의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면목이 없다. 사과드린다. 야당도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네거티브 중단 선언 2시간 만에 또다시 격한 언어로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도 순회 일정 중 고양시 화정역 앞 즉석연설에서 “리더가 주어진 권한으로 술이나 마시고, 자기 측근이나 챙기고, 게을러서 다른 사람에게 맡기니 환관 내시들이 장난을 치고, 어디 가서 이상한 짓이나 하면 나라가 어떻게 됐나. 이런 나라는 망했다”라고 했다. 윤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광명 연설에서는 “대통령 권한이 큰 데, 이 권한으로 나쁜 짓을 하자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물론 들키면 박근혜·이명박처럼 된다. 그러나 이재명은 11년간 털었는데 안 나온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날) 헐뜯을 게 그것(옛날이야기)밖에 없다”면서 “제가 행정할 때 뭘 잘못했나, 실력이 없나, 무능하길 하나, 모르길 하나. 이런 건 비판할 게 없으니 맨날 하는 게 옛날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네거티브 중단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선거용 ‘눈속임’이고 ‘쇼’라는 것이 90분 만에 입증된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정치 교체의 첫걸음으로 ‘젊은 국민내각’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정파, 연령 상관없이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인재라면 넓게 등용해 ‘완전히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겠다”며 “가장 젊은 국민내각을 구성하겠다. 30∼40대 장관을 적극 등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국민내각 구상은 국민의당 안철수,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 등 이른바 ‘제3지대’ 후보들과의 연대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후보 캠프는 김 후보가 이 후보와 소상공인 손실보상, 부동산 등을 주제로 한 양자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는 데 합의한 사실을 밝혔다.
당내 진행 중인 쇄신 드라이브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후보 측근 그룹인 ‘7인회의’ 백의종군 선언, 송영길 대표의 총선 불출마 발표에도 당 내에서는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송 대표가 예고했던 쇄신책 중 하나인 무소속 윤미향·이상직,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 제명안 또한 27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해 즉각 심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에 “보여주기식 쇼”라고 반발하며 27일 전체회의 불참을 예고하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이 후보 측은 이번 주를 대선 승패가 결정될 최대 분수령으로 꼽으며 쇄신 행보를 지속할 계획임을 밝혔다.
◆李 “비정규직 공정수당·주 4.5일제 추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26일 비정규직에게 수당을 더 주는 ‘공정수당’과 4.5일제를 위한 사회적 대화 등을 노동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부천시 근로자종합복지관을 찾아 노동 부문 공약을 발표하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권이 존중받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우선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도입하고, 민간 부문에는 권고하되 인센티브를 제공해 확산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비정규직 공정수당 도입은 무조건 정규직 전환을 강조하던 문재인정부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비정규직으로 둘 수밖에 없는 직무와 직군이 있는데, 이를 인정하고 합당한 수당으로 차별을 없애는 방안이다.
또, 특수고용·플랫폼노동·프리랜서 등을 포괄하는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 기본법’을 만들어 현재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고, 단계적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SRT(수서고속철도)와 KTX의 통합을 약속하는 등 철도 이용 공공성 강화 정책도 발표했다. 이 후보는 “SRT는 지방 알짜 노선을 중심으로 운행함으로써 그 외 지방 주민들은 강남 접근성이 떨어지는 차별과 함께 일반열차와 환승할인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SRT가 부산·광주뿐 아니라 창원·포항·진주·밀양·전주·남원·순천·여수로 환승 없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KTX 요금을 SRT와 동일하게 10% 더 낮추고, SRT와 새마을·무궁화호 간 일반열차와 환승할인도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