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사고 낸 시공사 상대 계약 해지·손해배상 [알아야 보이는 법(法)]

김추 변호사의 이슈로 보는 법

2022년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공사 중이던 아파트 외벽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후 해당 시공사가 시공을 맡은 몇몇 현장의 발주자인 조합이 시공계약을 해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조합이 이렇게 붕괴 사고를 낸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만약 계약 해지를 한다면 조합이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 오히려 시공사로부터 손해배상(지체상금 등)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먼저 계약서를 살펴보아야 한다. 서류에서 정한 공사 도급계약의 해제나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면 계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하면 되고, 손해배상도 계약에서 정한 대로 따르면 된다. 만약 계약에서 해제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손해배상에 관해서는 명시적으로 정한 것이 없다면 어떨까? 시공사의 채무 불이행 등 법정해제 사유이기도 한다면 시공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부수적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약정 해제권이라면 청구는 어렵다(대법원 1983. 1. 18 선고 81다89 판결).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는 전면 철거 후 재시공까지 논의되고 있다고 하므로 상당한 공기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다른 현장에서도 안전 점검 등으로 약간의 지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기 지연으로 거래의 통념에 비추어서 약정한 준공기한까지 도저히 그 공사를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하면(또는 계약서를 잘 살펴보면 ‘공정률에 따른 지체상금이 계약 보증금 상당액에 달하면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을 수도 있다), 조합은 시공사의 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공사 도급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의 채무 불이행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조합이 교체할 수 있다. 민법 제673조는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해 계약을 해제하려면 제673조에 의한 임의 해제권을 배제하는 합의를 하지 않았어야 한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다53265 판결).

 

민법 제673조는 수급인의 잘못이 없는데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 규정을 근거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수급인에게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37296, 37302 판결 등). 그렇기 때문에 이 규정을 근거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먼저 조합원에게 그러한 해제 및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과 예상되는 손해배상액에 관하여 설명하고 총회 의결을 해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21. 10. 6. 선고 2021나2011839 판결, 대구지방법원 2021. 7. 14.자 2021카합10222 결정). 

 

이때 시공사가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액수를 주장하면서 겁을 주는 일이 잦다. 법원에서는 시공사가 부담했을 비용과 사업상 위험성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이 상당히 감액될 수 있으므로, 겁먹지 말고 변호사의 법률 검토 의견서를 몇군데로부터 받아서 총회 자료로 배포하고 설명하기를 추천한다. 다만 그동안 시공사로부터 사업비 등을 대여받아 사용했다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면 그 대여금과 이자는 반환해야 할 것이다.

 

해당 시공사에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영업정지 등의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건설업자가 영업정지 또는 등록말소 처분을 받으면 지체 없이 이를 발주자에게 통지해야 하고, 발주자는 통지를 받은 날 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 공사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영업정지 처분 등 징계 결과에 따라 일제히 시공계약 해지가 이어지게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보통은 여러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공동이행 방식의 공동 수급체 형태로 시공계약을 체결했을 텐데, 그 구성원에 대해서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하면 전체 공동 수급체와의 계약을 해지해야 할까? 해지나 해제 불가분의 원칙(민법 제547조)에 따라 민법상 조합에 해당하는 전체 공동 수급체를 상대로 계약을 해지, 해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당사자의 특약으로 공동 수급체 구성원별 계약 해지, 해제를 허용하고 있다면 해당 구성원에 대해서만 해지, 해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바른 소속 chu.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