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등의 명목으로 남부 지역 국경에 ‘남방 만리장성’을 건설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방지를 명목을 내세우고 있지만, 다른 국가를 통한 마약 밀매나 밀수 등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년전부터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과 맞닿은 윈난성과 광시좡족자치구 등 3000마일(약 4800㎞)에 이르는 국경 곳곳에 높이 12피트(약 3m65㎝)의 철조망 장벽을 세웠다. 장벽 주위엔 감시 카메라, 센서, 야간 감시를 위한 조명 등이 설치됐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발생 지역을 봉쇄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국경 지역은 수시로 코로나가 발생해 방역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미얀마와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윈난성 루이리란 작은 국경 도시는 지난해 3월말부터 계속 봉쇄와 해제가 반복되자 주민들이 도시를 떠났다. 50만명이던 인구는 반년 사이 20만명으로 줄었다. 루이리시 지역 당서기는 코로나19 발생을 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다.
특히 중국 정부는 밀수 등을 통해 몰래 중국에 들어오는 이들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됐을 것으로 보고 방역 경계 수위를 높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8월 윈난성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조국을 안전하게 보호해달라. 무너지지 않는 장벽을 만들기 위해 단결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루이리시와 인접한 미얀마 국경 근처에 장벽 건설과 함께, 수천명의 경찰과 시민들에게 하루 24시간 국경을 감시하도록 배치했다. 윈난성 정부는 지난해 국경의 보안 장벽을 강화하기 위해 5억달러의 예산을 들여 공무원, 경찰, 군인, 민간인 10만명이 국경을 순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30대 농부는 “지난해 총 470달러의 코로나19 지원금을 받았지만 꾸준한 수입이 없어 토란 뿌리를 캐고 야채와 함께 끓여 먹기까지 했다”며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야간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적 접촉이 거의 없는 무역 거래 시스템도 구축했다. 미얀마에서 중국에 오는 트럭은 중국 국경에서 멈춘 뒤 화물을 살균 처리후 48시간 대기해야한다. 이후 크레인 등을 통해 화물을 중국 트럭에 옮긴 후 중국 국경을 넘어서 다시 소독 후 24시간 대기를 해야 중국 내로 운송될 수 있다.
장벽과 통제가 늘자 일부 무역 상인들의 불만도 발생하고 있다. 미얀마 무세 지역의 한 상인은 “수박, 망고, 옥수수 및 기타 농산물의 모든 거래가 국경 사무소를 통과해야돼 시간이 오래 걸려 농산물이 썩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중국 외교부는 WSJ에 ‘남방 만리장성’ 건설에 대해 “국경을 강화하는 것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국제 관행”이라며 “장벽이 코로나19의 국경간 전파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베트남이나 미얀마 정부는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 국경 관련 전문가인 영국 서섹스 대학의 데이비드 브레너는 “중국이 밀수와 마약 밀매와 같은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수년 동안 국경을 통제하려고 노력해왔다”며 “코로나19가 중국의 장벽 건설을 정당화할 것이고 이후에도 상황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