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피라미드 관람…靑 “양측 협의 아래 비공개, 이집트 요청 거절은 외교 결례”

靑 “관광산업 촉진차 이집트 측 제안… 양측 협의로 비공개”
지난달 이집트 공식 방문 당시 김정숙 여사와 이집트 대통령 부인 인테사르 엘시시 여사의 모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중동 3개국 순방 당시 비공개 일정으로 이집트 피라미드를 방문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청와대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달 18~21일 이집트 공식 방문 기간 도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집트 기자(Giza) 피라미드 군을 비공개 공식 방문했다.

 

해당 피라미드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남서쪽으로 13㎞ 가량 떨어진 기자(Giza) 시(市)에 위치하고 있다. 3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아울러 '기자 피라미드 군'이라 불린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관련 일정은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일정으로 김 여사의 이집트 방문 후 성사됐다. 관광 산업을 대외적으로 알리고자 이집트 측 요청으로 추진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김 여사의 피라미드 방문은 자국의 관광 산업 촉진을 위해 이집트 측 요청으로 추진됐다”며 “양측 협의 아래 비공개 방문 일정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당초 이집트 측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을 요청했지만, 일정상 참석이 어려워지자 김 여사의 방문을 타진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외교 프로토콜상 이집트 측 장관이 김 여사를 수행한 공식 일정이면서도 양측 협의에 따라 비공개로 정리됐다는 것이다.

 

다만 김 여사가 앞선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때는 세계문화유산 등재지인 다리야 유적지를 친교행사 일환으로 공식 일정으로 방문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일정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근식 전 국민의힘 선대위 정세분석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부인의 대외활동도 없는 이슬람 국가를 방문하면서 김정숙 여사가 굳이 가는 건, 역시나 피라미드 관광이었다”고 꼬집었다.

 

청와대는 국민의힘 측의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피라미드는 이집트 상징으로, 자국의 가장 자랑스러운 세계적인 문화 유산을 자국을 방문하는 외국 정상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피라미드 방문에 대한 이집트의 정중한 요청을 거절했다면 외교적 결례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방한 때 안동마을 방문 사실을 환기하며 “영국 여왕께서 안동을 다녀가셨을 때 우리가 얼마나 자부심을 가졌었는지를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집트의 방문 요청과 달리 굳이 (여사의 피라미드 방문 일정을) 비공개로 한 것이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는 질문에 “이집트가 자랑하는 세계적 문화유산을 방문하기를 요청해 응한 것”이라며 “공개·비공개 여부는 양국 협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탁현민 의전비서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여사의 피라미드 비공개 방문 과정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다.

 

탁 비서관은 “이집트에서는 이제 껏 국빈방문한 해외 정상들 중에 이집트 문화의 상징인 피라미드 일정을 생략한 사례가 없으니 재고를 요청했고, 우리는 고민 끝에 비공개를 전제로 여사님만 최소 인원으로 다녀오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집트는 (문) 대통령의 피라미드 방문이 성사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했다”며 “국빈 방문한 국가 원수가 상대국의 문화 유적지를 왜 방문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여사님만 가는 것도, 그것도 비공개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무척 의아해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