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외교적 보이콧’을 거부하고 사절단을 파견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행사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으로 표현되면서 ‘한복 논란’이 불거졌다. 한복을 입고 개회식에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유감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문제 삼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까지 논쟁에 가세했다.
지난 4일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는 중국 내 56개 소수민족이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장면이 연출됐는데 여기에 한복을 입은 공연자가 포함됐다. TV 중계를 통해 전 세계로 전해진 이 장면에 국내 여론이 들끓었다. 인터넷에서는 중국이 한복을 자국의 한 문화로 편입한 것이라면서 ‘동북공정’에 빗대 ‘한복공정’이라는 비판의 글이 올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중국의 ‘문화공정’으로 규정하고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전날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동북공정 사례와 서해안 불법 어로 행위를 거론하고 “최근 다시 문화공정이라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국으로서 과연 이래야 되느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이 시행되는 것 같다”며 “김치, 한복, 심지어 특정 세계적인 스타 연예인이 어디 출신이다, 이런 얘기까지 할 정도로 지금 문화공정이라고 하는 것이 심각하게 우리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 질문에 “고구려와 발해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럽고 찬란한 역사”라며 “(고구려와 발해 역사는) 남의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 국민의 분노가 증폭될 것이 뻔한데도 무시하고 강행한 중국의 노골적 문화공정”이라면서 “중국의 문화공정 야욕은 대한민국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SNS를 통해 “한복은 대한민국 문화”라며 “중국 당국에 말한다. 한푸(漢服)가 아니라 한복(韓服)”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외신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이 전 세계에 중국의 힘과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미국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중국의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은 전 세계 각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로 나아가는 기회가 됐지만, 이번 올림픽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도 전 세계에 힘과 위신, 우월성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