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혼전 속 ‘키’는 安 손에?… 단일화 방정식, 이번에도 승패 가르나

대선 D-30 최대 변수 부상

원희룡 “安과 단일화” 공개적 언급
자강론 강조 국민의힘 입장과 달라
안철수 “당선이 목표” 일축했지만
국민의당 내부선 가능성 열어둬
與도 “安후보에 열린 마음” 러브콜
‘야권 단일화’에 쏠림 차단 의도도

국민의힘·국민의당 협상력 높이기
“누가 먼저 협상 물꼬 트느냐가 문제”
尹캠프 내부선 “대선승리 필요 조건”
安 지지율 하락땐 단일화론 소멸될 듯

역대 대선 ‘단일화’ 어땠나

30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이 양강 후보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초박빙 양상을 보이면서 후보 간 단일화 여부가 선거 판세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지지율 10% 안팎을 기록 중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선택의 키를 쥐고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초박빙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안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고 공개 언급했다. 지금까지 ‘자강론’을 강조하던 국민의힘 공식 입장과는 사뭇 다른 언급이다. 윤 후보도 최근 한 당내 중진 의원에게 핵심 공약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와 관련해 “안 후보가 맡아줬으면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후보는 이와 관련, 이날 광주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안 후보를 특정한 게 아니고, 제가 자리를 제안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곧장 “후보 단일화에 대해 거론한 적 없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단일화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안 후보는 이날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대선 완주가 목표가 아니라 당선이 목표”라며 중도 하차 가능성을 일축했다. 반면 국민의당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언론에 “흔히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후보 단일화가 선거 막판 주요 변수로 꼽히면서 민주당에서도 안 후보를 향한 러브콜을 보냈다.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인 우상호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 후보와 여러 문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제3지대 후보에게 구애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단일화가 박빙 구도의 무게 추를 옮길 중대 요인이어서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율은 43.3%, 이 후보는 41.8%로 격차가 1.5%포인트에 불과했다. 안 후보는 7.5%,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6%였다. 이번 조사는 뉴시스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7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씨. 연합뉴스

박빙의 선거가 예상되는 만큼 단일화 외 또 다른 변수가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우선 ‘배우자 리스크’가 거론된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황제의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리스크도 불씨가 남아 있다. 향후 최소 3차례 남은 TV토론도 변수다. 결정적인 말실수나 태도가 중도와 부동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날로 확산하는 오미크론 방역 상황도 경계해야 한다.

 

이번 대선 결과를 좌우할 관건은 부동층의 표심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이 후보의 인물 경쟁력을, 국민의힘은 ‘정권 교체’라는 선거 구도를 부각하고 있다. 특히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2030세대에선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비율이 높고, 특정 후보를 선택한 경우에도 ‘향후 바꿀 수 있다’는 응답률이 다른 세대보다 월등히 높다. 1, 2%포인트 차이로 선거 승부가 결정된다고 볼 때 부동층의 표심을 공략하는 것이 향후 남은 대선 기간 각 진영의 기본적인 선거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통화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따라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6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 안내판에 D-31이 표시돼 있다. 과천=남제현 선임기자

◆尹·安, 단일화 기싸움 팽팽… 첫 데드라인은 후보 등록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이 야권 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안 후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공식적으로 단일화 논의에 선을 긋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단일화를 대선 승리의 필요조건으로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아직은 단일화를 요구하는 ‘통합파’와 독자 승리를 외치는 ‘자강파’가 논쟁을 벌이고 있는 단계이나 윤·이 후보의 경합 국면이 지속되면 통합파 입장에 힘을 실리게 될 전망이다.

 

자강파의 중심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6일 당내 일각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론이 제기된 것에 대해 “진절머리가 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서대문을 당협 필승결의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윤 후보와 저,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 부분(단일화)에 이견이 없다”며 “자꾸 후보 모시는 분 중 일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군불을 때는 것에 굉장히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전날 익명 인터뷰를 통해 “여소야대 국면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를 해내야 한다”며 “이준석 대표의 최근 언행은 국민에게 다소 오만하게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의 원희룡 정책본부장도 이날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협상 데드라인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등록 마감일인 14일을 제시했다. 이용호 의원도 이날 “제가 파악하기로도 거의 90 이상의 당내 여론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거들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 역할 분담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단일화 문을 열어두면서 윤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려 향후 전개될 수 있는 단일화 국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윤석열,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마지막 변수”라며 “1987년 ‘4자 필승론’을 내세웠던 김대중 후보도 선거에서 패배했다. 국민의힘이 안일하게 대응하면 위험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쪽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희사이버대 최영일 겸임교수도 “결국 야권 단일화 협상을 할 것으로 보는데 누가 먼저 물꼬를 트느냐의 문제”라며 “누구든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쪽이 숙이고 들어가야 하니 약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쪽은 전략상 단일화를 바라고 있고, 국민의힘은 안 후보 측에서 유화적으로 나오면 지분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안 후보의 향후 지지율이 야권 단일화 논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관측이 갈렸다. 최창렬 교수는 “안 후보 지지율이 빠져서 5%대로 주저앉으면 국민의힘이 단일화 협상을 안 할 수도 있다”며 “본인 파이가 어느 정도 있어야 논의가 의미가 있지 5∼6%가 되면 그 자체가 소멸된다”고 말했다. 반면 명지대 신율 교수는 “지금처럼 박빙 구도에서는 안 후보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단일화를 안 할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최영일 교수는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먼저 단일화 물꼬를 튼다면 ‘여권이 (김 후보의) 지지율 1%도 흡수하려고 하는구나, 당연히 (안 후보의) 지지율 10%를 흡수해야 한다’라는 경각심으로 인해 야권 단일화 논의를 자극하는 기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단일화를 상수로 보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총괄선대본부장인 우상호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후보등록이 진행되는 다음 주에 단일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판단한다”며 “지금까지는 선거 구도 문제에 대해 이야기 안 했지만 오늘 처음 얘기한 건 우리가 고민해 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여권의 러브콜에 대해서도 최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손 내민 것도 저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면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신 교수는 “여당이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고 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가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창렬 교수는 “안 후보는 원래 새정치민주연합에 있었던 인물”이라며 “국민의힘 이 대표가 너무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국민회의 김대중 당시 총재(왼쪽)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 연합뉴스

◆1997년 ‘DJP연대’ 가장 먼저 성공 2012년 文·安 성사에도 선거 패배

 

‘후보 단일화’가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등장하면서, 역대 선거 때마다 반복됐던 단일화 방정식이 이번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과거 선거 때 성공한 단일화는 주로 2, 3위 후보들이 후보등록 전 단일화를 통해 1위 후보를 역전한다는 공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모두 다른 후보와 단일화를 모색하고 있다. 유례없는 ‘혼전’이 계속되면서 두 후보 모두 승리를 낙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단일화 변수를 키우고 있다.

 

1988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선에서 단일화가 가장 먼저 성사된 사례는 1997년 대선에서의 ‘DJP연대’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로 단일화하는 대신 국무총리와 경제부처 장관 지명권, 내각제 추진 등을 약속받았다. 이 연대로 김대중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1.5%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2001년 8월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전까지 공동정부를 구성했다.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오른쪽)과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연합뉴스

가장 극적인 단일화로 꼽히는 선거는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간 단일화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밀려 있던 노무현, 정몽준 후보는 줄다리기 협상 끝에 후보등록 전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하기로 합의했고, 노무현 후보가 앞서면서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정몽준 후보는 노 후보를 위해 지지 유세를 다니기도 했지만 선거 전날 저녁 지지를 철회했다. 노 후보는 지지철회에도 이회창 후보를 2.3%포인트 차로 제쳤다.

 

단일화가 꼭 선거 승리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2012년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후보등록 직전까지 단일화 협상을 벌였는데, 안 후보는 후보등록 직전인 그해 11월 23일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후보에서 사퇴했다. 문 후보는 이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3.5%포인트 차로 패했다. 안 후보의 중도사퇴에서 보듯이, 깔끔하지 못했던 단일화 과정이 패인 요인으로 꼽힌다. 2010년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는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의 여론조사를 거쳐 야권 단일 후보로 선거에 임했지만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에게 패했다.

 

민주화 이후 초기에는 주로 단일화가 진보진영 내에서만 거론됐지만, 2017년 대선부터는 보수진영에서도 단일화 이슈가 부각됐다. 정치구도가 전환되면서 진보진영에 비해 열세에 처한 보수진영에서 단일화 필요성이 거론된 것이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 간 단일화 ‘데드라인’에는 우선 후보등록일인 13∼14일이 꼽힌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시간 등을 고려해 보면 투표용지 인쇄일인 2월28일도 또 다른 ‘데드라인’으로 고려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6일 통화에서 “양당 모두 단일화 효과의 극대화를 고려한다면 투표용지 인쇄 이전에 하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