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야권 단일화 시계…尹·安 직접 만나 담판 지을까?

야권 단일화 시계,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 / 단일화 카드 배제하지 않는다는 대전제 속…구체적 방법론까지 거론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야권 단일화 시계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했다. 단일화 카드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대전제 속에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거론된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7일 회의 후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 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물론"이라고 답변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단일화를 논의할 때가 됐다'는 원희룡 정책본부장의 인터뷰에 입장문을 내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각을 세웠던 것에 비해 하루만에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날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와 관련,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발언하면서 참모들도 주파수를 하나로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후보 측은 단일화 방법론에 있어 '고자세'를 풀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에 기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에 사실상 '백기 투항'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윤 후보 지지율이 안 후보의 서너 배"라며 "단일화를 하더라도 여론조사 경선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처럼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경우의 '대등한 후보 단일화'는 현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역선택'에 대한 경계심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경선에서 여권 지지층이 의도적으로 안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경우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항목을 둘러싼 실무 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유권자들에 피로감을 안겨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류도 강하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론조사를 하니 마니, 역선택 방지 조항을 추가하느니 마느니 하는 논의 자체가 대선 승리에 마이너스"라며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대안으로는 두 후보 간의 일대일 담판이 거론된다.

 

후보 등록 마감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실무 단위에서 소모적인 신경전을 벌이지 말고 후보끼리 만나 통 큰 단일화 합의를 이루자는 '톱다운' 방식의 아이디어다.

 

윤 후보도 최근 사석에서 "단일화는 나한테 맡겨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와 참모들이 안 후보의 양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등한 후보 단일화'의 반대는 '양보하는 후보 단일화'다.

 

이는 단일화 자체에 반대해온 이준석 대표의 생각과도 맞닿은 측면이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안 후보가 이번 주 중반까지는 조건 없이 자진해서 사퇴하고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연대나 공동 정부는 안 후보의 양보 이후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 뚜렷하다.

 

윤 후보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안 후보의 '결단'을 전제로 "안 후보가 새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맡으면 어떤가? 아무 상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안 후보 측이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야권 단일화가 이른 시일 안에 타결되기는 어려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어느 단계가 되면 윤 후보도 단일화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땐 유권자들을 향해 정권 교체에 힘을 모아달라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