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꿈인 나라 제가 만들겠다"… 安, 국민통합 앞세워 지지층 넓히기

李·尹의 ‘노무현 정신’ 강조에 맞불
지역주의 청산, 한·미FTA 업적 거론
“국민분열 진영정치 타파해야” 강조
디지털 강국·科技부총리 신설 약속
‘과학기술 대통령’ 비전 강조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왼쪽)가 7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G3 디지털경제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으로부터 디지털경제연합 공약제안서를 전달받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7일 “노무현의 꿈이었고, 우리 모두의 희망인 그런 나라, 저 안철수가 반드시 만들겠다”고 ‘노무현 향수’를 자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느끼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 민심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주말 이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노무현 정신’을 앞다퉈 강조한 데 따른 맞불 성격이기도 하다.

 

안 후보는 이날 당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오늘 제가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만약 그분이 지금 살아 계셨다면 그분이 보시기에 지금의 대선판이 너무나 부끄러운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 후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개혁 경쟁의 장이 되어야 할 대선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됐다”며 “도덕성과 비전은 실종되고, 네 편 내 편 가르며 남 탓 공방만 벌이는 모습이 얼마나 한심하다고 생각하셨겠느냐”고 거대 양당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지역주의 청산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을 거론하며 그를 계승하는 정치인은 자신이라고 차별화를 꾀했다. 안 후보는 “노무현이 없는 지금, 누군가는 일생을 걸고, 정치적 명운을 걸고, 국민을 분열시키며 상대방의 실수와 반사이익만으로 평생을 먹고사는 진영정치를 타파해야 한다”며 “그 일, 미약하지만 지금 저 안철수가 걷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정파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 있는 전문가를 기용하겠다는 국민통합 내각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계셨다면, 제가 하려는 이런 일에 큰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강조하고 노 전 대통령의 20년 전 편지 구절 등을 인용하며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저는 부산 범천동에서 자랐고, 범천동 옆 범일동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곳”이라며 “노무현의 정신은 제 고향의 흙을 먹고 자랐고, 노무현이 사랑한 사람들은 우리 동네 아버님, 어머님, 친구, 형제들이었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노무현 마케팅’에 나선 까닭은 지지층의 외연 확장을 꾀하는 동시에 지난 주말 사이 노 전 대통령을 경쟁적으로 언급한 윤 후보와 이 후보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노 전 대통령이 거센 반대 여론 속에서 제주 해군기지를 건립한 강정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며 울컥했고, 이 후보는 지난 6일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며 너럭바위에 손을 얹고 흐느낀 바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G3 디지털경제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과학기술 대통령’ 비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다음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가 앞으로 최소한 20년 이상 먹고살아야 될 미래의 먹거리를 만드는 일”이라며 1호 공약으로 내세운 ‘5·5·5 공약’의 세부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당은 세계 1위의 과학기술을 5개만 확보하면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 5개를 보유할 수 있게 되고, 세계 경제 5대 강국 안에 들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과학기술 부총리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