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노역 피해자의 유족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또다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8일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 A씨의 유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942년 2월부터 7월까지 일본제철에서 근무했던 A씨는 1989년 세상을 떠났다. 이후 A씨의 유족은 2019년 4월 강제노역으로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박 부장판사는 “원고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아닌 2012년 대법원 판결로서 해소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소멸시효가 도과했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이 상고심의 파기환송 취지를 따라야 해 청구권 협정에 대한 해석은 2012년 대법원 판단이 나온 때에 확정됐기 때문에 소멸시효도 2012년 5월24일부로 계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 부장판사는 같은 해 8월에도 강제노역 피해자 C씨의 유족이 미쓰비시 매터리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소멸시효 도과를 이유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반대로 강제노역 관련 사건 하급심에서 소멸시효 산정 기준을 대법원 재상고심 판결이 확정된 2018년 10월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대법원은 아직까지 강제노역 피해의 소멸시효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날 선고 직후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과 소송지원단 소속 임재성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형식적인 소멸시효를 가지고 피해자 권리를 배척하는 것은 법원의 소명을 저버린 것”이라며 “강제동원 사건별로 법원이 판단하는 소멸시효 기산점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데 대법원이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