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를 뽑기 위해 인선작업에 착수했다. 이주열 한은총재의 임기가 3월 말 끝나는 만큼 국회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3월 초 후보자 지명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실무진이 후임자 후보군을 들여다보고 있고 금융가에서는 10여명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인선 시기가 권력교체기에 맞물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무리하게 후보자 지명을 강행하다가는 알박기 논란이 커질 게 뻔하다. 신·구 권력 간 충돌이나 총재 공백 사태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은행 수장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3000개 자리 중 하나지만 여느 임명직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거시정책의 한 축인 통화정책을 맡아 물가안정과 통화가치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가뜩이나 세계 각국이 돈줄 죄기에 나서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날로 커지는 중대한 시기다. 차기 총재는 국내외 경제실상을 바로 보는 통찰력과 위기를 타개할 역량, 국제감각이 기본 덕목일 것이다. 나라살림을 책임진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와 호흡을 맞추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신임 총재의 임기가 차기 정부와 겹치는 만큼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하는 게 순리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 당선인과 협의를 거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미덥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