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야당 후보의 언론 인터뷰를 문제 삼아 강력히 비판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공정한 선거 관리’를 다짐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비판에 나선 터라 파장이 만만치 않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윤 후보의 ‘정치보복’ 발언에 대한 반론권 행사 차원이라며 “망동”, “분열·갈등의 조장” 등의 거친 언사를 사용해 반박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우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지지 의사를 유보했던 친문(친문재인)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을 예상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경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친문 진영으로부터의 100%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윤 후보가 사실상 문 대통령 퇴임 후 수사를 시사하면서 친문 지지자들이 이 후보를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정권교체’ 여론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오히려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중도층의 윤 후보를 향한 결집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여론의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추가 대응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윤 후보 공세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윤 후보 규탄문을 내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정치보복을 선언하고,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의 자격이 없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 20명도 윤 후보 발언은 “한국 정치사에 처음 있는 망동”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2009년 5월 그날의 아픔은 많은 국민들에게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라며 민주당 진영 내 ‘노무현 트라우마’를 자극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정치중립 시비를 불러올 수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대선에 등판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장성철 대구 카톨릭대 특임교수도 “대통령이 선거 국면에서 분노를 특정 후보에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시선은 문 대통령의 직접 비판 발언이 미칠 여파에 쏠린다. 일단 문 대통령은 지지하지만, 이 후보에겐 미온적인 이른바 강성 친문 세력들이 이 후보 지지로 뭉칠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선거공학적으로 볼 때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머뭇거리고 있는 친문들이 이 후보에게 결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비토층들도 윤 후보에 결집할 수 있다. 머니투데이와 한국갤럽이 7∼8일간 실시해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 지지율은 54.6%로 정권유지 37.5%를 앞섰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후보가 가려지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며 “어떻게 핸들링(진행) 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