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재택치료? 감금 방치나 다름 없어, 진단 키트조차 못 구하는 실정”

사실상 무대책에 시민들 혼선 가중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속에 신규 확진자가 5만명을 훌쩍 넘긴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재택치료관리 TF(태스크포스)팀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크게 늘면서 10일부터 고위험군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새 재택치료 체계가 가동됐지만 출발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준비 기간 부족으로 인력난을 호소하고, 시민들도 자신이 집중관리군인지 일반관리군인지부터 어떻게 진료 처방을 받을 수 있는지까지 관련 정보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택치료와 관리에 필요한 자가진단키트와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이미 품귀 현상을 빚은 지 오래다.

 

정부 방침이 갑작스럽게 결정돼 대부분 지자체는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동부병원과 서남병원에서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를 운영한다. 집중관리군은 154곳의 재택치료관리 의료기관에서 모니터링하고 진료를 지원한다.

 

하지만 서울에서 재택치료 중인 환자가 3만8천530명(10일 0시 기준)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환자를 위한 상담센터 대응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도 24시간 상담센터 10곳 외에 평일 주간 상담을 맡을 의료기관 59곳을 지정했지만 의료진이 대면 진료를 하면서 비대면 진료를 병행해야 해 시행 초기 혼선이 있을 전망이다.

 

재택치료 중인 일반환자군이 증상 악화 시 비대면 상담을 받아야 하는데, 담당 의료기관 준비가 늦어지는 데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건소에 전화해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대전시는 부랴부랴 5개 자치구별로 1개씩, 호흡기 전담 클리닉 5곳과 소아전문 병원 2곳 등 모두 7개 병원을 설득해 상담 의료기관으로 지정했다. 보건소로 상담 전화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구청 민원전화도 동원했다.

 

시 관계자는 "현장에서 준비할 시간을 주고 정부에서 발표해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다 보니 솔직히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북에서도 일반관리군이 상담받을 수 있는 곳이 전주 대자인병원 등 3곳에 불과해 안내 미비에 대한 불만이 많은 상황이다.

 

전주에서 재택치료를 하는 한 확진자 가족은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는 있는데 상담 전화를 하기 힘들어서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일일이 안내하는 게 어렵다면 상담할 수 있는 곳이라도 더 늘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에서는 창원축구센터 숙소동을 재택치료자 가족을 위한 '안심숙소'로 제공, 출퇴근과 등하교를 가능하게 해 일상을 유지해야 하는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총 44실 규모로 하루 이용료는 1만 원이고 최장 7박 8일 지낼 수 있다.

 

재택치료 대상을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나눈 데 더해 전날 밤 50대 기저질환자도 집중관리군에 포함한다고 갑자기 발표하는 등 정부 지침이 시시각각 바뀌면서 시민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월 말부터 2월 초에 걸쳐 재택치료를 했던 30대 A씨는 "전화로 양성 통보를 받고 두통 증상이 심했는데도, 비상 물품과 함께 약이 올 때까지 이틀 정도는 상비약으로 견뎌야 했다"라면서 "이후 증상이 악화했을 때도 처방 약을 보건소가 가져다줄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A씨는 "집에 다른 가족이 있어도 모두 밀접접촉자로 자가격리를 해야 해서 밖으로 약을 구하러 나갈 수도 없었다"라면서 "확진자 폭증으로 셀프 재택치료가 늘어나면 이런 불안과 불편이 더 커지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1인 가구에서 혼자 재택치료를 경험한 20대 B씨는 "자가격리 기간이 10일에서 7일로 줄어든다고 해 배정된 공무원에게 문의해도 확답을 못 들었다"라면서 "너무 답답해서 질병관리청과 보건소에 여러 차례 직접 문의해 겨우 해제일 하루 전에 연락이 닿아 알게 됐고, 해제일에도 연락은 아예 없었다"라고 말했다.

 

나흘 전 확진된 대구 달서구 20대 주민 C씨도 구호 물품 하나 받은 적이 없고 셀프 재택치료에 대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제 오후 늦게서야 구청에서 재택치료를 할지 병상으로 갈지 물어보는 연락이 왔다"며 "집에 있겠다고 했는데 증상이 심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들은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경남 창원 자택에서 셀프 재택치료 중인 D(29)씨도 "사실상 방치 감금된 기분"이라며 "보건소에 직접 연락하지 않으면 아무런 안내도 들을 수 없는데, 전화를 아무리 걸어도 받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고양시 덕양구 동산동에 사는 박미정(62) 씨는 "나를 돌봐줄 곳이 없다는 불안감이 든다"며 "일반관리군에게도 어떤 약을 준비해야 하고 증상에 따른 대처 방법이 뭔지 등을 상세하게 안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일대 약국 10곳을 돌아봤지만 자가진단키트를 구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사태'와 비슷했다.

 

인근 약국의 60대 약사 이명주 씨도 "옛날 마스크 품절 사태와 비슷하다. 요새 키트가 한 번에 20∼30개밖에 안 들어와서 한 사람에게 하나씩만 판다"면서 "감기약과 진통제 등 상비약을 구하러 온 사람들도 많다. 아이들이 먹는 해열제를 특히 많이 찾아 지금 품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근 약국의 약사도 "자가진단키트의 정확한 입고 시각과 물량은 우리도 잘 알지 못한다. 손님이 연락처를 남기고 입고 시 연락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지만, 품귀 상황이라 따로 예약을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이 밖에도 집에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상비약 등을 구비해놓으려는 시민들이 약국을 찾아 헤매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키트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다.

 

지난 3일 한 자가진단키트 업체 제품을 개당 4천900원에 4개를 샀던 방모(35) 씨는 이날 키트를 추가 구매하려다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같은 회사의 제품 개당 가격이 1만900원으로 배 이상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방씨는 "불과 일주일 사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것을 보니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대란이 연상된다"며 "지인은 같은 제품을 지난달에 개당 3천 원에 다량을 샀다고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은 키트를 사 놓을 걸 그랬다"고 울상 지었다.

 

키트를 집에 구비해놓으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한두 개들이 제품은 금방 동나지만 16만 원짜리 25개들이 제품은 물량이 남아도는 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인천 서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환자들은 25개는 너무 많고 비싸 쪼개서 판매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규정상 낱개로 판매가 불가해 불편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