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는 11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2차 TV토론'에서 130분간 본격적인 창과 방패 싸움을 벌였다.
지난 3일 첫 TV토론은 탐색전이었다는 듯 시작종이 울리자마자 4명의 후보는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사안별로 일대일 대결을 펼치는가 하면 공수를 교대해가며 물고 물리는 4각 난타전이 연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틈만 나면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노리는 데 집중했다. 상대 견제에 주력하면서도 틈만 나면 치고 들어오는 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파상공세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반면 안 후보와 심 후보는 '이재명·윤석열' 동시 때리기에 나서며 간간이 안심(安沈) 협공 연대의 모양새를 노출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청년정책' 주제토론 때부터 시시각각 공수를 바꿔가며 치열한 일대일 공방을 펼쳤다.
첫 토론에서는 주로 대장동 이슈를 놓고 입씨름했다면, 이번에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무속 논란까지 전방위로 전선을 넓어진 난타전이었다.
지난번 토론에서 표면화되지 않았던 배우자 이슈도 수면 위로 등장하며 신경전은 한층 거칠어졌고 결국 정책 토론 시간까지 네거티브전으로 흐르며 험한 말도 주고 받았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도 양강 구도의 균형추를 허물기 위한 안간힘으로 보였다.
선공은 이 후보가 날렸다. 이 후보는 '사법고시를 일부 부활' 공약을 앞세워 사시 부활에 반대하는 윤 후보의 '청년 공약' 허점을 노렸다.
그러자 윤 후보는 '로스쿨 제도 보완'을 내걸어 방어한 뒤 대장동에 이어 백현동 의혹 카드도 꺼내 들었다.
이 후보는 발끈하며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무기'로 재역공에 나섰다.
1차 토론 때만 해도 '네거티브 역풍'을 우려, 상대의 배우자 문제는 건드리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공격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었다.
이에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산하기관의 채용 비리 의혹을 꺼내 맞공격을 가했다.
두 후보의 숨가쁜 공방이 펼쳐지는 사이 양측 간에 '팩트체크'전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토론에서 나온 상대 후보 발언의 진위 여부를 따져묻는 장외전쟁이었다.
민주당은 총 10번, 국민의힘은 12번의 알림 공지를 내며 공중전을 벌였다.
토론회가 열린 MBN 스튜디오 앞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자들간 '구호 대결'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후보들이 정책보다는 각종 의혹 검증에 주력하면서 간간이 서로 얼굴을 붉히는 감정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대장동은 물론 백현동 개발 의혹을 거론하자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한다. 검사가 왜 그러십니까"라고 비꼬았고, 윤 후보는 "자꾸 사실이 아닌 말씀을 하시니까"라고 맞받았다.
이 후보는 전작권 회수 문제와 관련 윤 후보와 맞토론을 하다가도 "명색이 법률가이신데 허위 주장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어떻게 거짓말로 상대방에게 질문할 수 있나 의심스럽다. 어떻게 이야기한 네 가지가 다 거짓말이냐"라고 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중국 어선 격침' 발언을 거론하며 "국민이 죽고 사는 안보 문제를 갖고 이렇게 말이 휙휙 바뀌어서 되겠느냐"고 쏘아붙였다.
윤 후보는 또 이 후보가 "건진법사인가 무슨 법사가 '이만희(신천지 총회장)를 건들면 영매라서 당신에게 피해가 간다'라고 말한 걸 듣고 압수수색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하자 "오늘 보니 방어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하신 것 같은데 근거 없는 네거티브를 하면서 말씀을 막 하신다"며 불쾌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윤 후보와 심 후보 간에도 수위 높은 공방이 오갔다.
심 후보가 주 4일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윤 후보에게 "(노동관이) 꼰대"라고 직격하자 윤 후보는 "엉터리 규정짓기"라며 되받았다.
130분 내내 날을 세우고 긴장했던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잠재적 '단일화 파트너'인 안철수 후보에게만큼은 유독 부드러웠다.
안 후보의 따끔한 공격이 들어와도 둘다 담담한 표정으로 답하며 구애 손짓을 보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는 안 후보에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사람과 좋은 정책을 더해 국민이 잘살게 해야 한다. 국민내각, 통합정부가 필요하다"며 "선거 때는 원수로 싸우더라도 이후에는 '원팀'이 되자는 의견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제가 제일 먼저 한 이야기"라고 답했고, 이 후보는 기다렸다는 듯 "그러신 것 같다"며 화답했다.
윤 후보는 두 번에 걸친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에 안 후보에 대한 공격성 질문은 아예 하지 않았다. 안 후보에게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중국 어선 격침 등 이 후보와 관련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물으며 이 후보와의 대치 전선에 끌어들이려는 모습도 보였다.
후보들은 시시각각 공격과 수비모드를 오가며 어지러운 격돌 양상을 보였다.
특정 사안을 놓고는 2∼3명의 후보가 연대해 나머지 후보를 협공을 가하는 등 대치전선은 이따금씩 얽히고 설켰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는 여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안·심 후보의 1대 3 전선이 형성되기도 했다.
안 후보가 먼저 이 후보에게 "문재인 정부 코로나 방역은 성공이냐, 실패냐"를 물었고, 이 후보는 "부족한 점이 없을 수 없겠지만, 지금까지 봐서 성공적으로 잘 버텨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안 후보는 "작년 1월 26일 우한폐렴이 메르스보다 심각하다고 했을 때 1월 31일 문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퍼뜨리지 말라고 했다. 그때부터 비극이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도 "이 후보가 성공적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점과 데이터 관리가 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지금 방역체계 바뀌면서 전혀 준비가 안 됐고 제대로 된 설명도 없어 국민이 패닉 상태"라며 가세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했던 언론중재법 개정을 놓고도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이 후보에 협공을 가했다.
윤 후보는 "민주당 정권의 언론정책은 낙제점이다. 전세계 언론으로부터 비판받는 언론중재법으로 반정부 비판 언론에 재갈 물리기를 시도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안 후보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언론중재법, 이것만으로도 낙제점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역대 대통령 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인 홍보만 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와 심 후보는 양강 후보인 이재명·윤석열 동시 때리기에 집중했다.
안 후보는 두 후보의 공약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을 들며 '포퓰리즘'이라고 싸잡아 비판한 데 이어 자신의 연금제도개혁 공약을 다시 부각하며 두 후보의 구체적 입장을 따져 물었다.
심 후보도 이·윤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를 집중 부각하며 동시 공격을 가했다.
그는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논란과 관련, 배우자 리스크가 아닌, 이 후보 본인 리스크"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를 향해서는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의혹을 거론하며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중대범죄 의혹에 대해 떳떳하지 못하다면 그거야말로 양두구육"이라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