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단일화' 카드를 제시하면서 불과 20여일을 앞둔 야권의 시계가 급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선거판도 요동치면서 야권 단일화가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단일화 제안은 환영하면서도 안 후보의 '국민경선' 방식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접점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에 따르면 정치권에서는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시기적으로 ▲투표용지 인쇄일(28일) ▲사전투표일(3월 4~5일) ▲본투표일(3월 9일) 이전 등의 3번의 마지노선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13일 대선 후보로 등록을 마치면서 1차 마지노선으로 꼽혔던 14일 시나리오는 폐기됐다.
지난 2012년 12·19 대선 때는 후보 등록일(11월 25∼26일) 이전에 안철수 당시 후보가 사퇴(11월 23일)해 문재인 당시 후보만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승리했다.
다가올 1차 마지노선은 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28일이다. 투표용지 인쇄 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단일화 룰에 합의하거나 윤·안 후보 간 담판이 성사되면 투표용지 인쇄일 전에라도 가능하다.
투표용지 인쇄 전 단일화에 성공하면 물러난 후보 기표란에 '사퇴'라는 글자가 붉은색으로 인쇄돼 유권자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어 단일화 효과는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선거유세에 돌입하게 되면서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고, 양 당간 단일화 셈법이 달라 시간만 허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안 후보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선거비용을 보전 받으려면 투표 용지 인쇄 직전 단일화에 합의할 수도 있다.
신율 정치평론가는 "시기가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단일화는 가능하다고 본다. 제일 늦을 때가 투표용지를 찍기 전이다. 그 전까지는 최소한 합의는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7년 5·9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홍준표·안철수·유승민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있었지만, 투표용지 인쇄(4월 30일)가 이뤄진 뒤에는 단일화 논의가 중단됐다.
투표 용지 인쇄 후에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전투표 개시일인 3월 4일이 2차 데드라인이 된다.
사전 투표전이라도 단일화가 성사되면 투표소 안내문을 게시하는 형태로 후보 사퇴를 알리게 되는데 이럴 경우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유권자는 2번 윤석열, 4번 안철수 중 한 사람을 택하게 돼 단일화 효과는 현격하게 떨어진다.
이 시점도 넘기면 3월 9일 본투표일 이전이 단일화의 최종 시점이 되겠지만 대선 사상 이런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을 뿐 아니라 여론의 비난에 부딪힐 수 있어 이 시점까지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