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측은 14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단일화에 선을 긋고 후보 간 일대일 담판을 대안으로 거듭 제시했다.
대선이 불과 2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극적인 막판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안 후보의 '양보'를 얻어낼 방법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경선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통 큰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이 언급한 '통 큰 단일화'는 일대일 담판에 의한 정치적 합의, 더 나아가 안 후보의 자진 사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전날 기자회견 전부터 국민의힘이 공개적으로 요구했던바 그대로다.
선대본부 내부에서는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크고, 경선 룰을 협상할 시간이 부족하고, 역선택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여론조사에 반대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윤 후보도 전날 선대본부 고문들과 오찬에서 "지금이 여론조사를 할 때인가"라며 안 후보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권 본부장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대신 '야권 통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여론조사 경선이 야권 통합이 아닌 분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국민의힘 저변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후보 측은 일단 안 후보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 경선보다 단일화에 방점을 찍은 것일 수 있다고 보고, 그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도록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그런 점에서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직접 파격적인 제안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연일 안 후보를 저격해온 이준석 대표조차 안 후보가 통 크게 양보하면, 책임 총리든 연합 정부든 그때 가서 진지하게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의 의지만 확인된다면 두 후보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전격적으로 대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화 방식이나 지분 문제를 꺼내기보다 후보끼리 우선 공통의 집권 비전을 확인하는 데서부터 정치적 협상의 물꼬를 터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총리나 장관 몇 자리 제안하는 접근법으로는 안 후보 기분만 상하게 할 것"이라며 "정치 공학보다 가치 위주로 진정성 있게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