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전격 제안한 여론조사 단일화와 관련, 국민의힘이 우려하는 '역선택'이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4일 뉴스1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단일화 대의엔 찬성하면서도 역선택 방지 조항 없는 여론조사 시 여권 지지층이 일부러 '약체'인 안 후보를 선택해 결과를 왜곡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다만 단일화 여론조사상 안 후보에 대한 지지가 꼭 역선택이라고 단정할 순 없고, 역대 여론조사 경선에서 역선택이 승부를 가를 변수가 되지 못했단 점에서 국민의힘 우려는 다소 과장됐다는 시각도 있다.
윤 후보는 전날(13일) 안 후보 제안을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여론조사 경선 방식은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현재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많게는 4배 넘게 나는 데다, 여권 지지층의 역선택도 우려해서다.
국민의당은 이에 야권 단일후보 경쟁력은 안 후보가 우세하다면서, 역선택이 일어난다면 "윤 후보가 혜택을 본다"(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고 맞서고 있다.
안 후보가 제시한 단일화 방식은 작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자신이 합의했던 '적합도 50%+경쟁력 50%' 합산 무선전화 100% 면접조사 방식 여론조사로, 응답자의 지지 정당은 묻지 않았다.
KBS·한국리서치의 지난 7~9일 여론조사를 보면 야권 단일후보 선호도에서 안 후보는 45.5%를 얻어 윤 후보(44.2%)를 앞섰다. 단 응답자 중 정권교체 지지층에선 윤 후보 69%, 안 후보 25.9%였고, 정권 재창출 지지층에선 윤 후보 11.5%, 안 후보 77.3%였다.
서울경제·칸타코리아의 지난 8~9일 조사결과도 비슷하다. 정권교체 지지층에선 윤 후보 67.1%, 안 후보 22.8%였고, 정권 재창출 지지층에선 윤 후보 8.3%, 안 후보 60.2%였다(이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여권 지지층의 안 후보 선호 경향은 뚜렷한 셈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여론조사에서 여권 지지층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안 후보를 택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본다.
다만 이를 '의도된 역선택'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역선택을 하는 것이라면 보다 이기기 쉬운 쪽을 찍어야 하는데, 양자 대결에서 '이재명 대 안철수'가 '이재명 대 윤석열'보다 쉽다고만은 볼 수 없어서다.
뉴스1·엠브레인퍼블릭의 지난 5~6일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대 윤석열' 양자대결시 지지율은 이 후보 41.9%, 윤 후보 44.6%였다. '이재명 대 안철수'의 경우 이 후보 38.3%, 안 후보 44.5%로, 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6.2%)가 윤 후보(2.7%)보다 컸다.
뉴스1에 따르면 역선택이 설령 발생하더라도 결과를 뒤바꿀 결정적 변수가 되진 않을 거란 분석도 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과거 여론조사 경선에서 실제 역선택이 승부를 좌우할 정도로 결정적인 변수가 됐던 적은 없었다"며 "역선택이 있을 순 있지만 그렇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 후보를 꼭 되게 하려고 역선택을 할 열성 지지자들의 포션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국은 핵심지지층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과거 사례를 봐도 단일화에서 제일 중요한 건 핵심지지층을 얼마나 얻느냐이다"라며 "2002년 대선 단일화 때도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지지율이 상당히 오랫동안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보다 높게 나왔지만 단일화는 노 후보로 됐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