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 가능성” VS “국힘에서 쓰던 방식”… 尹·安 단일화 방안 신경전 [뉴스+]

국힘, 여권 지지층 역선택 가능성 등 거론
“安 제안 우려…통 큰 단일화 필요한 시점”
국민의당 “단일화 경선 방식, 국힘에서 쓰던 것”
경선 시 ‘역선택 방지 조항’ 뇌관 떠오를 수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제안한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단일화에 국민의힘이 여권 지지층의 ‘역선택’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반대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과거 국민의힘이 선거에 사용한 단일화 방식이라며 압박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선거 종류와 후보가 다르다며 경선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安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사용한 방식으로 단일화”

 

안 후보가 요구하고 있는 단일화 방식은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때 사용했던 여론조사 경선 방식이다. 당시 안 후보는 적합도와 경쟁력을 각각 묻는 방식의 여론조사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했다.

 

구체적으로는 양당이 추첨을 통해 선정한 여론조사 업체 2곳이 각각 1600명을 상대로 적합도(800명)와 경쟁력(800명)을 100% 무선전화(휴대전화) 방식으로 조사한 뒤, 이를 50%씩 합산해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여론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성향 지지자들이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에게 일부러 표를 몰아주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을 넣지 않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국민의당 제공

안 후보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단일화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그때 합의한 문항과 방식이 있다. 따라서 단일화 경선 방식을 두고 다시 원점에서 논의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이 방식을 준용하자고 한 것은 현재로선 단순 지지율 조사보다는 야권후보 적합도와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맞대결 시 경쟁력 등을 물을 때 자신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은 해당 방식을 국민의힘에서 사용했던 만큼,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말고 바로 여론조사에 나서자는 입장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제안한 방식은 우리가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다. 국민의힘에서 쓰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장 단일 후보 경선을 할 적에도 그쪽에서 원하던 방식을 저희가 수용해서 해 준 것이고, 그렇게 해서 안철수 후보가 오세훈 후보한테 졌다”면서 “그러니까 안 후보가 진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힘 “민주당, 선거 승리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아”…역선택 가능성 제기

 

국민의힘 측은 현재 양쪽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큰 데다, 이 방식으로 안 후보와 여론조사 경선을 할 경우 자칫 역선택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 및 이 후보 지지자들이 의도적으로 안 후보를 향해 여론조사 표를 던질 경우,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선대본부회의에서 “단일화 방식에 있어서는 안 후보 제안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 본부장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역선택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후보 간 담판을 통한 단일화가 더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권 본부장은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질 소모적 논쟁이야말로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일 수 있다”며 “지금은 통 큰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선대본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의 여론조사 방식을 적용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두 선거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선거의 종류도 다르고 현재 양 후보의 상황도 다르다”고 말했다.

 

◆국힘 경선서 갈등 불씨 됐던 ‘역선택 방지 조항’…安측 “역선택 방지 조항 없는 게 국힘 방식”

 

현재로선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경선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지만, 향후 경선이 이뤄질 경우 ‘역선택 방지 조항’이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둘러싼 갈등은 앞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윤석열·최재형 후보 측은 여권 극렬 지지층이 조직적으로 선거 결과에 개입할 수 있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 포함을 주장했다. 반면 홍준표·유승민 후보 등은 선례가 없고 당 외연 확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뉴시스

결국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는 대신, 일반 여론조사 100%로 진행하려던 1차 컷오프(예비경선) 투표에 당원투표 20%를 반영했다. 2차 컷오프 투표(당원투표 30%+여론조사 70%)를 거쳐 실시된 최종후보 선출 여론조사는 ‘본선 경쟁력’을 묻는 방식(당원투표 50%+여론조사 50%)으로 치렀다.

 

이 총괄선대본부장은 CBS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역선택을 자꾸 이야기하는데,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는 게 국민의힘의 방식”이라며 “그 방식에 의해 윤석열 후보도 대선 후보가 됐고 이준석 대표도 당 대표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경선 방식에 난색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우리는 좁혀나갈 의사가 전혀 없고, 그냥 마지막 제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기(국민의힘)서 그렇게 단일화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다”며 “경쟁자에게 사퇴하라느니 양보하라느니 그런 말을 한다는 건 단일화 의사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