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새로운 얼굴들로 바뀌었다. 아파트 단지 안의 동을 바꿔가며 근무하는 순환근무 체제를 실시한다는 공지가 엘리베이터 안에 붙더니 이내 얼굴들이 바뀌었다. 잘 가시라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떠난 사람들에게 인사라도 건넸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 이야기이다.
기실 교대로 일을 맡아 하던 두 분은 경비 일을 하기에는 무리인 듯 보였다. 걸음을 뗄 때마다 허청거리는 것이 어딘지 위태로워 보였고, 아슬아슬했고, 편치 않아 보였다. 두 분 다 나이도 꽤 들어 보였다. 대놓고 어디 편찮으시냐고 물어볼 수 없었다. 행여 그 물음에 아저씨들이 상처를 받거나 경비 일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모르는 척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을 것이다. 혹여 순환근무는 핑계고 그분들이 경비 일에서 배제되지나 않았는지 궁금했지만 시절인연을 떠올리며 찾아보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떠나간 그 경비 아저씨들은 유난히 친절하셨다.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를 도와주거나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들고 갈 때면 황급히 나와 거들어주곤 했다. 안 그래도 된다고, 그냥 계시라고 해도 막무가내셨다. 그분들 역시 한 집안의 가장이고, 그만큼 귀한 존재들일 텐데, 제 몸 아끼지 않고 타인들의 쾌적한 삶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경비 일이 뭐 얼마나 힘든 일이 있겠냐고 하겠지만 자질구레한 일로 쉴 틈 없이 손과 에너지를 뺏어가는 것이 아파트 경비 일이다. 눈이 내리면 아파트 통로에 쌓인 눈을 치워야 했고, 태풍 예고라도 뜨면 20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일일이 창문을 닫거나 쓸려갈 만한 것들을 단속하고, 십인십색이라고, 저마다 다른 입주민들의 불평을 받아내야 하는 것도 경비 아저씨들이었다. 고맙고 감사하게도 그분들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기에 아파트 주변은 늘 깔끔하고 정갈했다.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눈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 새벽, 첫차를 타기 위해 날이 밝기도 전에 집을 나섰을 때, 어둠 속에서 눈을 쓸고 계시던 그 아저씨의 모습을. 그때 아저씨는 묵묵히 가로등 불빛 아래서 눈을 쓸고 계셨다. 다들 곤한 잠에 빠져 있을 때, 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그 새벽에 길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쏟아지는 눈에 애써 쓸어낸 길에 다시 눈이 쌓이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아저씨는 눈을 치우고 있었다.
왜 그 모습이 나에게는 기도하는 모습처럼 보였을까. 삶이 만만치 않다는 걸, 그래도 삶이 아름답다는 걸 아저씨는 말없이 일러주고 있었다. 낮은 자리에서 가장 겸허하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아저씨가 내놓은 길을 가면서 나는 울컥 했다. 쓱쓱, 적막한 그 새벽에 아저씨가 쓸어내는 그 비질 소리가 내 안의 삿된 욕망들까지 걷어갔다. 어떤 현학자의 지식과 지혜보다도 더 큰 울림으로 내 마음에 각인되던 순간이었다. 삶의 경건함을 몸소 가르쳐준 그분들에게 늦은 인사를 전한다. 어디 계시든 행복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