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가보훈처가 어제 국회 정무위에 보고한 감사자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의 한 아파트에 차려진 무허가 마사지 업소를 여섯 차례나 드나들며 60만원을 썼다. 또 자신이 설립한 ‘허준약초학교’의 공사비, 화초 구입 등을 위해 2380만원을 지출했다. 국회 내 카페인 ‘헤리티지 815’의 운영에 필요한 커피 재료 구입비를 부풀려 기재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다른 사람의 계좌를 거쳐 자신의 통장에 입금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게 다가 아니다. 김 회장의 며느리, 조카, 처조카가 임원이었던 골재회사가 광복회관 건물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광복회장 직인까지 활용해 공공기관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했다는 의혹도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광복회 대의원들은 “순국선열들의 영령 앞에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을지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김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런데도 김 회장은 “보훈처의 감사 결과는 횡령을 저지른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사퇴 의사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부하던 18일 임시총회 개최를 돌연 수용하고 대의원들에겐 불신임안의 무기명 직접 투표를 통보했다. 대의원 상당수가 지방에 흩어져 있는 데다 그마저도 연로한 탓에 지병을 앓고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전체 대의원 61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해임이 가능하다. 해임을 막으려 적법하지 않은 ‘꼼수’를 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