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윤동주 77주기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의 일부다. 이 시는 삶의 순결성을 가다듬는 상징이 되었다. 윤동주는 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특유의 감수성과 삶에 대한 고뇌가 담겨 있다. 쉽고 간결한 어휘로 표현된 시구가 우리 정서에 잘 들어맞는다. 철학자 김상봉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읽을 때 목이 멘다”고 했다. 수필가 김순희는 “그의 시를 입속에서 읊조리면 사람 냄새가 난다. 선한 사람의 향기가”라고 했다. 1984년 일본어로 번역된 뒤 일본에도 팬이 많다고 한다.



그는 1917년 당시 만주국 간도성 화룡현 명동촌에서 태어나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시샤대학 영문학과 재학 중 사상불온, 독립운동 등의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2년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광복 6개월 전인 1945년 2월16일 요절했다. 일제 말기 규슈제국대학 의학부의 생체실험 대상이었다고 한다. 화가 김병종은 ‘화첩기행’에서 “스물여덟의 꽃다운 나이로 시대와 민족과 자유의 십자가를 지고 차디찬 감옥에서 죽음의 길을 간 순교자였다”고 했다.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그의 연희전문학교 후배인 국문학자 정병욱이 보관하던 윤동주 자필본을 기초로 1948년 출판됐다.

오늘이 윤동주의 기일이다. 그를 기리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은 ‘육첩방의 시인’이라는 제목으로 기념행사를 연다. 윤동주를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시각을 담은 다큐멘터리 ‘高原타카하라’를 상영한다. 타카하라는 도시샤대학 유학 시절 윤동주가 살았던 기숙사터다. 전남 광양시 진월면의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 뒤편 산비탈에는 레이저로 별빛을 쏘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형상화한다고 한다. 오늘 하루는 우리 민족의 암흑기에 밤하늘의 별처럼 빛을 발한 윤동주의 시를 한 구절쯤 읊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