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데 날라온 '특보 임명장'… 대선 캠프 처벌 가능성은 [법잇슈]

尹캠프 ‘기독교특별본부 특보’ 임명된 A씨
“국힘에 개인정보 제공한 적 없어” 분통
캠프발 당사자 동의 없는 임명장 살포에
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 거론
선관위 “선거운동 권유 없는 임명장 수여 가능”
개보법 위반은 정보 취득 경로 등 쟁점 될듯
A(50)씨가 지난 13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로부터 받은 ‘직능총괄본부 기독교특별본부 특보’ 임명장 사진 파일 캡처. A씨 제공

“내 정보가 특정 정당의 선거운동에 사용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화가 납니다.”

 

최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로부터 ‘기독교특별본부 특보’에 임명됐다는 문자메시지와 온라인 임명장을 받은 A(50)씨는 “국민의힘 쪽에 개인정보 제공을 동의한 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도권의 한 교회에 다니는 A씨가 별안간 임명장 문자를 받은 건 지난 13일. A씨가 받은 문자에는 ‘연락처 오기재 등 오류로 인하여 문자가 잘못 전송이 될 수 있다’는 문구가 담겼으나, 임명장에는 A씨의 이름이 또렷이 기재돼 있었다. A씨는 “개인적으로 제가 (정보 제공 동의를) 예상할 수 있는 루트가 전혀 없다”면서 “이런 목적으로 (개인정보가) 쓰이는 게 적정한지 정말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A씨처럼 개인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는데도 대선 캠프로부터 ‘특보 임명장’을 전송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에선 캠프에서 이용한 개인정보가 ‘제3자 정보 제공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과 캠프가 그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 등이 입증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개보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본인 동의 없는 임명장 전송’은 여당 인사들은 물론, 정당 가입이 불가능한 공무원 등을 상대로도 이뤄지면서 이미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7일에는 서울시내버스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103명이 개인정보를 국민의힘에 제공한 사실이 없는데도 임명장이 무더기로 전송됐다며 윤석열 후보 등을 개보법 위반 혐의로 수원중부경찰서에 고소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국민검증법률지원단도 지난 9일 윤 후보와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개보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임명장 살포 문제는 여당에서도 불거진 상태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는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광주선대위 관계자에게 이 후보 명의의 ‘디지털전환특보단 특보’ 임명장을 모바일로 전달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도 지난달 27일 ‘대한민국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 특보로 임명한다’는 이 후보 명의 임명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부산 부전동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가덕도 신공항의 조속한 착공을 약속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중앙선관위 “선거운동 권유하는 행위 없는 한 임명장 수여는 선거법 위반 X”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임명장을 살포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대선 캠프에 적용 가능한 법 조항으로는 우선 공직선거법 위반과 개보법 위반이 거론된다.

 

공직선거법 제93조 제3항은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하도록 권유·약속하기 위해 선거구민에 대하여 신분증명서·문서 기타 인쇄물을 발급·배부 또는 징구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을 어길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최근 임명장 전송과 관련한 신고를 접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했으나, 위반사항은 없다고 판단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운동을 하도록 권유·약속하는 행위 없이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위반되지 않는다”며 “인터넷·SNS로 (임명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자메시지를 통해 임명장 이미지 파일을 보냈더라도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하도록 권유하는 행위가 수반되지 않았다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의하지 않은 개인정보 어디서 얻었나

 

개보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캠프가 어디서, 어떤 경로로 개인정보를 취득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보법 제71조(벌칙) 제1호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사정을 알고도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 이에 해당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A씨 등은 국민의힘에 직접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없는 만큼, 캠프가 다른 기관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받았는지와 해당 기관 등이 개인정보 제3자 제공 동의를 거쳤는지, 제3자(캠프)의 개인정보 이용 목적 등에 대해 제대로 고지했는지 등이 수사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경태 변호사(법률사무소 태희)는 “개인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처리자가 그 정보를 다른 사람한테 넘겨주고, 이를 전달받은 사람도 (정보주체로부터) 동의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넘어온 것이라는 걸 알고 받았다면 이 조항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마당에 설치 중인 선거 홍보 조형물 뒤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개보법 위반 여부, 정보 전달자 ‘개인정보처리자’인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

 

하지만 만약 개인정보를 캠프에 전달한 사람이 법에 규정된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니거나,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정보 등으로 확보한 개인정보를 통해 임명장을 보낸 것이라면 개보법 위반으로 처벌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개보법은 개인정보처리자를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 등’으로 규정한다. 

 

김 변호사는 “개인정보처리자라는 걸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수사 단계에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임명장을 받은 이들의 개인정보가 어떤 경로로 유출됐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혐의 적용 및 처벌 여부는 불명확한 상황이다. 

 

한편, 임명장 전송 논란과 관련해 한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캠프에서) 일반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 절차를 잘 거치게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있다”면서도 “세세한 명단 관리 같은 것은 각 본부·단위별로 좀 다르게 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