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경영, 1년 만에 재산 190억원 늘었는데… 소득세는 겨우 3000원?

허경영 소득세, 2020년 15억원→지난해 3000원 급감
군소후보 중 최하위…직장인 평균 17만원에도 못미쳐
지난해 재산은 264억원…“강연과 축복 수입 따른 것”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가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20대 대선에 출마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가 지난해 소득세로 3000원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 후보 재산은 1년 사이 190억원 넘게 불어났는데, 소득세는 일반 직장인의 0.01% 남짓에 불과한 것이다. 허 후보 측은 “강연과 축복기도 수입”으로 재산이 늘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강연료 등은 사업소득으로 과세 대상이므로 최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세보다도 적은 3000원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허 후보는 지난해 총 7817만3000원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지난 14일 신고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종합부동산세다. 허 후보는 종부세로 5090만6000원을 납부했다. 재산세는 2726만4000원, 소득세는 3000원을 냈다.

 

허 후보의 지난해 소득세는 전년에 비해 엄청나게 줄었다. 2020년 허 후보가 납부한 소득세는 15억2834만원에 달한다. 지난 2017년 1만2000원에 불과했던 허 후보의 소득세는 이듬해부터 가파르게 증가했다. 2018년에는 1479만원, 2019년에는 3억2851만원으로 늘었다. 2017년 이후 3년 연속 급증하던 소득세가 지난해 갑자기 3000원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하늘궁’ 주식 자체 평가액 100억원 상향…부동산·현금도 늘어

 

지난해 허 후보가 납부한 소득세는 대선에 출마한 군소 후보 중에서 가장 낮다. 소득세 납부 기록이 없는 새누리당 옥은호, 신자유민주연합 김경재, 진보당 김재연 후보를 제외하면 최하위다.

 

평범한 직장인에 비해서도 한참 적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근로소득세 부담은 17만5260원이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 납세 신고 내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소득세는 줄었지만 재산은 폭증했다. 1년 만에 재산이 3배 이상 불었다. 허 후보는 지난해 3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로 등록하면서 72억6224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번에 신고한 재산은 총 264억136만원으로 1년새 191억원 넘게 불어났다. 허 후보가 최초로 대선에 출마한 1997년 당시의 재산은 9억9000만원, 두번째로 대선에 출마한 2007년의 재산은 6억원이었다.

 

재산 증식을 견인한 것은 증권이다. 허 후보가 보유한 증권이 지난해 122억3799만원에서 올해 230억1344만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주식 투자를 한 것은 아니다. 허 후보는 자신이 2019년 설립한 법인 ‘초종교하늘궁’ 주식 2000주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난해 신고했다. 올해에는 같은 주식의 평가액이 174억1779만원으로 상향됐다. 지난해 5월 새로 설립한 또 다른 법인 ‘하늘궁’의 주식 2만주 전량도 55억9564만원으로 신고했다.

 

두 회사의 설립 당시 자본금은 각각 1000만원이다. 단순 계산할 경우 주식 액면가가 초종교하늘궁은 주당 5000원에서 약 870만원으로, 하늘궁은 500원에서 약 28만원으로 치솟았다.

 

다만 초종교하늘궁과 하늘궁은 증권 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지 않는 비상장 회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은 비상장 주식을 실거래가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회사처럼 주식 매매가 이뤄진 적이 없는 경우 순이익과 순자산 가치를 따져 산정한다. 어느 정도 주관이 섞일 수 있는 셈이다. 강대준 회계사는 “해당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허 후보가 자본금 이상으로 투자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치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허 후보가 갖고 있는 경기 양주시 일대의 토지 1만3300여평은 129억8543만원으로 지난해 신고됐다. 올해에는 면적이 3만4000여평으로 늘어났고, 가액도 182억5098만원으로 뛰었다. 보유한 건물들도 90억7598만원에서 125억6089만원으로 올랐다. 이 밖에도 현금과 예금이 14억5154만원에서 45억5040만원으로 30억원가량 증가했다.

 

다만 허 후보의 빚은 1년 전보다 35억원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허 후보는 지난해 사인과의 채무가 229억7161만원, 은행 채무가 61억8000만원으로 총 291억5161억원이라고 신고했다. 올해는 사인과의 채무가 269억9228억원, 은행 채무가 51억4247만원, 롤스로이스 팬텀 승용차 리스 잔여대금 4억7872만원 등 총 326억1348만원이었다. 은행 빚이 10억원 줄고 개인 간 빚이 40억원 늘어난 셈이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가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강연과 축복기도 수입” 해명에도…쥐꼬리 소득세는 의문

 

허 후보 재산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허 후보 측은 “강연과 축복기도 수입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허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축복하고 100만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후보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는 1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강연료 등은 사업소득으로 과세 대상에 포함되므로 3000원이라는 턱없이 적은 규모의 소득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무 전문가들 역시 조심스레 의문을 표했다. 세무사 A씨는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소득세도 3000원보다 많이 나온다. 충분히 이상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본인 소득을 다른 사람 명의로 이전한 것이 아닐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강 회계사 역시 “사실상 소득이 없는 것인데 그렇다면 재산이 늘어난 경위를 설명할 수가 없다”며 “개인이 받아야 할 수입을 관련 법인으로 몰아넣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다른 세무사 B씨의 경우 “단순히 소득세 납부 내역만으로 적절하게 신고 납부가 됐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총수입 금액이 얼마인지, 필요경비 등 비용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구체적인 내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효근 국가혁명당 당대표 보좌관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허 후보는 법인 비용으로 처리해서 안 내도 되는 세금까지 내고 있다”며 “대통령에 당선돼도 월급 한 푼 받지 않겠다는 분을 모함하려고 하지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