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시중통화량이 3600조원을 넘어섰다. 한 달 만에 24조원 가까이 늘어나며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늘어난 유동성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가 2.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중통화량은 광의통화량(M2) 기준 3613조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보다 23조8000억원(0.7%) 증가했다. 시중통화량은 2020년 4월 3000조원을 넘어선 뒤 매달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3.2% 늘어나며 2008년 11월(14.0%) 이후 13년 1개월 만에 최고 증가율을 나타냈다.
상품별로는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이 20조5000억원 불어났다. 수신금리가 오르고 예대율 관리를 위한 자금유치가 이뤄진 결과로 풀이된다. 금전신탁도 5조3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수시입출식(-5조7000억원)과 MMF(-4조1000억원)는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시입출식 예금이 포함된 M1은 전월 대비 0.6% 줄었다. 2018년 12월(-0.4%) 이후 3년 만의 감소 전환이다.
정진우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차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증한 가계대출이 위험자산 쪽으로 흘러갔는데, 투자 자금을 수시입출식 예금에 준비해두면서 M1 증가율이 높게 잡혔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회수 시작하고, 우리나라는 대출규제까지 강해지면서 가계가 돈을 정기 예·적금에 넣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M2 증가율은 중앙은행이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해서 늘어났다기보다는 위험자산으로 향해 통화량에 잡히지 않던 유동성이 일부 다시 통화의 범주로 잡히면서 늘어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4개월 연속 3%대를 나타내며 한은 목표치인 2.0%를 크게 웃돌고 있다.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를 관리하는 한은 입장에서는 물가 상방 압력인 통화량 지표를 기준금리 결정에 참고할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직전 수준인 1.25%다. 다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는 오는 24일이다. 지난달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효과와 추이를 살피기 위해서라도 한달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달 초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시장에선 최근 유동성과 물가 상승 추이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내 세 차례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올리면 2%가 된다.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0%에서 2.8%로 올려 잡으면서 “올해 말 한은 기준금리의 전망치를 1.75%에서 2.00%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