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촛불로 쫓겨난 세력이” vs 윤석열 “李, 불법에 유능"

李, 강북 S자로 돌면서 집중 유세
尹 능력 부족·노마스크 강력 비판
“재건축 완화…진보의 금기 깰 것”
유능한 ‘경제대통령’ 부각에 총력
李 31%·尹 40%… 격차 더 벌어져

尹, ‘李 안방’ 경기도서 표심 공략
성남FC 후원금·두산 특혜도 거론
"집값 올라 부자? 세금으로 뺏겨”
文정부 실정에 날선 비판 쏟아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 사흘째인 17일 노원구를 시작으로 종로 광화문, 성동구 왕십리, 마포구 홍대거리 순으로 서울 강북을 ‘S자’로 돌며 대선 최종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에서 집중 유세를 펼쳤다.

유세차에 오른 이 후보의 모습은 여유로웠다. 흔한 대중 연설의 엄숙함 대신 “여러분, 솔직히 춥죠”라며 대화하는 듯한 친숙함을 내세웠다. 유능한 경제·국민통합 대통령을 부각하면서 자연스럽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대표적인 주거밀집지역인 노원구에서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 두꺼비도 새집이 필요하다는데 사람은 오죽하겠느냐”라며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공약했다. ‘진보는 깨끗한데 무능하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예비후보의 발언을 인용해 “이거 다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이라고 외쳤다.

광화문 청계광장에선 5년 전 탄핵 정국을 거론하며 윤 후보와 국민의힘 측을 가리켜 “촛불로 쫓겨난 정치세력이 단 5년 만에 다시 복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마스크를 쓴 채 “자꾸 누구처럼 벗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되겠죠”라며 윤 후보의 ‘노마스크 연설’을 비판했다. 또 “이런 말이 있다. 뭘 알아야 면장이라도 하지. 국정이 장난인가”라며 윤 후보의 능력 부족을 주장했다. 왕십리 유세에서는 코로나19 피해 관련 신용 대사면, 한국형 급여프로그램(PPP) 등을 약속하며 위기극복 총사령관을 자임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그러나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는 여유와 거리가 멀었다. 여론조사 업체 4곳(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이 지난 14∼16일 조사한 대선 후보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31%, 윤 후보 40%로 격차가 오차범위 밖인 9%포인트로 벌어지는 결과가 나와서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이슈가 관심을 끌면서 지지율이 벌어졌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 후보 지원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의 연설에는 위기감이 반영된 듯 윤 후보를 향한 날 선 ‘조롱’이 담겼다. 고용진 의원은 노원역 유세에서 “윤 후보, 참 죄송한 말씀이지만 참으로 무식한 후보”라고 맹비난했다. 김성환 의원은 윤 후보의 ‘열차 구둣발’ 논란과 함께 “그 구둣발이 군홧발로 보인다”고 말하며 ‘윤석열 정부’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군사독재 정권에 빗대기도 했다.

 

◆尹 “문재인정부, 도대체 뭘 했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셋째 날인 17일 경기도지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안방’격인 경기와 서울을 누비며 여권과 이 후보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대장동 개발 특혜’ 등 이 후보 관련 의혹들과 현 정권의 부동산 실정을 집중 질타했다. 부동산 문제에 민감한 수도권 표심을 고려한 유세 전략이다.

 

윤 후보는 이날 경기 안성 중앙시장 앞에서 가진 거점유세에서 이 후보의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란 슬로건을 겨냥해 대장동 의혹을 언급하며 “불법에 유능하단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그는 자신의 ‘전(前) 정권 적폐 수사’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내 편 네 편 가를 것 없이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고 하니 자기들에 대해 정치보복을 한다고 한다”고 받아쳤다.

 

이어 윤 후보는 용인 유세에선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겨냥해 “도대체 (부동산 대책을) 28번을 한(낸)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머리가 나빠서 그랬다고 보지 않는다. 고의적이고 악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집값을 올려서 운이 좋아 집을 갖게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고, 집이 없는 사람이 민주당을 찍게 하려고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7일 경기 성남 분당구 야탑역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성남=뉴시스

윤 후보는 성남 야탑역 인근 유세에서는 대장동·백현동 의혹을 언급하며 “인구 100만의 성남시를 이렇게 운영했는데, 5000만의 대한민국을 운영하면 나라 꼬라지(꼬락서니)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비판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는 이 후보의 ‘성남FC 후원금·두산건설 특혜’ 의혹도 거론하며 “이런 부정부패를 자기편이라고 은폐하고 덮고, 증인들이 원인을 모르고 죽어 나가는 이런 세상에서 경제가 발전하고 민생이 안전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서울 유세에서도 화두는 부동산 문제였다. 윤 후보는 송파 유세에서 “여기 집 한 칸 갖고 사는 사람들, 집값 올라간다고 부자가 된 것인가”라며 “세금으로 다 뺏기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민주당 정권의 부동산 실정이 “상식이 없고,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그 이념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만 공직·이권을 나눠 먹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이어진 서초 유세에서는 문재인 정권이 지난 정권보다 600조∼700조원을 더 썼다고 지적하며 “국가재정과 세금을 이렇게 써서 도대체 뭘 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종로 동묘앞역 인근 유세에선 자신이 정치 신인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저는 오로지 국민께만 부채가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