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홈플러스의 갑질 관행 개탄스럽다 [현장메모]

납품업체에 대한 홈플러스의 ‘갑질’ 행태가 또 다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2012년 대규모유통업법이 제정된 이후 홈플러스는 납품-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여러번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판촉비를 전가한 혐의로 공정위 제재를 받게 됐다.

 

납품단가 인하 방식에 의한 판촉비용 전가는 겉으로는 양측의 통상 협상에 따른 납품단가 결정과 구분되지 않아 적발이 어렵다고 한다. 

 

18일 공정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2017년 1월~2020년 1월 기간 중 약정 없이 가격할인행사를 실시하면서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방식을 통해 오뚜기, 유한킴벌리 등 45개 납품업자에 약 17억원의 판촉비용을 전가했다. 

 

2000원짜리 상품을 1500원으로 할인해 팔면 판촉 비용이 500원 발생하는데, 해당 상품 납품단가를 1000원에서 700원으로 인하해 자신들의 비용 부담은 200원으로 줄이고 납품업체에 300원을 떠안기는 식이다.

김기환 기자

공정위는 홈플러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4억1600만원을 부과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6년 220억원대의 과징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단일 사건으로 부과된 과징금으로는 가장 큰 규모였다. 

 

홈플러스와 그 자회사 홈플러스 스토어즈가 농심과 해태음료, 유한양행, 옥시레킷벤키져 등 4개 납품업체에 줘야하는 상품 대금에서 ‘판촉비용부담금’‘진열장려금’ 명목으로 121억원을 빼고 지급한 혐의다. 홈플러스에 파견된 납품업체 판촉사원들을 자신들 직원으로 전환하면서 10개 납품업체에 159억원에 달하는 판촉사원 인건비를 부담케한 혐의도 받았다. 전형적인 납품회사들에 대한 갑질 행태다. 이 뿐 아니다. 납품업체 직원들의 야근 업무 지시, 정당한 사유없는 반품 등 관행적으로 이뤄진 불공정 행태도 적발됐다.

 

홈플러스 측은 “납품업체들이 모두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있는 대기업인인데 홈플러스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게 말이 되지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근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납품업자들은 상품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홈플러스 같은 대규모 유통업자와 계속 거래하기를 희망할 수 밖에 없다. (홈플러스) 행위는 결국 위험 및 손해를 납품업자들에 전가하는 것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홈플러스가 이미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나 납품업체 직원 변칙 파견 등으로 거액의 과징금 제재를 받고도 유사한 ‘갑질’ 행태를 벌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정위의 과징금 제재정도는 솜방망이로 여기거나 소송을 통해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아닌가. 납품, 협력업체를 상생 파트너가 아니라 갑을 관계로 인식하는 시대착오적인 경영진의 인식이 개탄스럽다.

 

공정위의 시정 명령과 과징금 제재로 잘못된 관행이 고쳐지지 못한다면 정부로서는 더 강한 채찍을 휘두르려 할 수밖에 없다. 작업 현장의 안전 관리, 감독에 대해 원청의 경영 대표에까지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규제 법안이 만들어지는 배경이다. 

 

규제 보다는 기업의 경영 문화가 개선되는 쪽이 바람직하다. ‘갑질 문화’를 버리지 못하는 홈플러스의 구태는 여기서 멈추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