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정영학씨 대화 녹취록에 거론된 ‘그분’이 현직 대법관을 가리킨 정황이 드러나자 국민의힘은 해당 대법관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위해 ‘봐주기 판결’을 내린 장본인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해당 대법관은 이재명 후보 재판 당시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해 재판 업무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그분’ 정체가 밝혀지자 이성이 마비된 것인가”라고 야당을 질타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선대본이 허위 조작의 총본산으로 전락했다. 오늘은 정책본부장 직함으로 조작본부장 일을 하고 있는 원희룡 본부장이 그 주역”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고 수석은 “원희룡 본부장은 ‘대장동 그분’의 정체가 현직 대법관으로 밝혀지자 대뜸 해당 대법관이 ‘이재명 후보 대법원 파기환송한 주역’이라고 우겼다”고 말했다. 이어 “‘대장동 덮어씌우기’로 망신을 샀음에도 또다시 ‘그분 덮어씌우기’를 하며 물타기를 시도했다”고 했다.
고 수석은 “원 본부장의 주장은 창피만 더하는 가짜뉴스이고, 저질 선동”이라며 “원 본부장이 제기한 해당 대법관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어서 재판에는 참여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원 본부장은 명색이 법조인 출신”이라며 “그런데도 이렇게 사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려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했다.
고 수석은 “원 본부장은 뒤늦게 사실을 알았는지 자신의 글을 슬그머니 고쳤다”며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로 고발되는 것을 피해 보려는 꼼수로 보여 씁쓸하다”고 말했다.
고 수석은 “원 본부장에게 말을 돌려준다”며 “지푸라기라도 잡아 윤석열 후보의 대장동 연루 의혹을 쉴드 쳐야 하는 국민의힘 처지가 안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 본부장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파렴치한 ‘그분 덮어씌우기’ 시도를 당장 사과하기 바란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전날 보도에서 2021년 2월 4일 김만배·정영학씨 대화 녹취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사건 관련자들이 거론했던 ‘그분’의 정체는 현직 대법관이라고 밝혔다. 앞서 다른 녹취록에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자 야권은 ‘그분’이 이재명 후보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세를 펴 왔다. 한편 ‘그분’으로 지목된 대법관은 김만배씨 등과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