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그동안 한반도는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위치하여 판의 경계에 있는 일본, 대만, 네팔, 이탈리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진 발생 빈도가 낮고 규모도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 지진 대비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는 한반도에서 지진이 서기 2년부터 1904년까지 약 1800회 발생했다고 기록돼있다. 이 가운데 인명이나 재산의 피해가 기록된 강한 지진은 40여회로 비교적 적으나,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가 지진으로부터 100%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2016년 경주와 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우리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대만, 대지진 교훈 삼아 대응 법제 갖춰
대만은 환태평양지진대에 속해서 오랜 세월 자연재해의 위협을 받아왔다. 1999년 대지진 때 대만 중부지역에서 심각한 문화재 피해를 경험했고, 약 20년간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행정, 법령, 학술 연구 및 실제 준비 측면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중앙기상국은 1999년 9월21일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을 100년 만에 발생한 대지진이라 명명했다. 대만 내무부 소방국 자료에 따르면 그해 10월11일까지 대지진으로 2329명이 숨지고 8722명이 다쳤다. 당시 대만의 고적 368개소 중 59개소가 심각한 피해를 보거나 모두 붕괴했다.
대만 대지진은 전형적인 광역재해로 인명구조 및 생명유지 체계의 복구가 우선시됐으며, 상대적으로 중요도에서 밀린 문화재는 우선 복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2005년 문화재법이 1차 전면 개정되어 예방적 보존과 보존 및 재활용의 동등한 중시, 관련 법령과 정책 간의 균형과 통합 등이 강조됐다. 2016년부터는 유형문화재 방재 및 보호 계획(소방서, 경찰서와 협조)에 따라 각 직할시 정부에 지역 전문 서비스센터 구축 계획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2020년 대만 문화부 문화재관리국은 9·21지진 20주년을 맞아 ‘대형 지진 발생 후, 문화재 긴급처리 원칙 및 이행 절차’를 수립하고 공포했다. 주요 내용은 대형 지진재해 발생 후 7일 이내에 조사 및 평가를 완료하고, 30일 이내에 긴급 조치를 완료하며, 60일 이내에 전체적인 복원 계획 및 실행 시스템을 제시하고, 6개월 이내에 복구계획을 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 부처 및 각 기관의 협업 성과
이탈리아는 지형상 지진, 산사태 등 자연재해의 위험과 늘 공존해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약 2500년 동안 이탈리아는 3만회 이상의 중강도 또는 고강도 지진들의 영향을 받아왔으며 20세기 들어서만 규모 6.5 이상 지진이 7회 발생했다. 이로 인해 지난 40년간 복구 및 재건 비용에만 1350억유로(약 183조1450억원)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다.
2016년 8월24일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마을인 아쿠몰리에서 규모 6.0 지진이 발생해 역사적 중심지인 아마트리체 마을 등을 강타하면서 303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냈다. 뒤이어 일어난 여러 건의 지진들은 수개월간 지속하였다. 가장 심각한 지진은 그해 10월30일 움브리아의 노르차 근처에서 발생한 규모 6.5 지진이었다. 문화재 피해는 엄청났다. 특히 노르차 중심부에 위치한 유럽 수호성인 성 베네딕트 성당이 크게 훼손돼 충격을 줬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당시 처음으로 비상 상황 시 치안을 관리하는 시민보호청 및 지자체들과 함께 지진 비상대책에 직접 참여했다. 이는 문화재 보호에 참여한 사람들이 비상 단계에서 지진에 의해 훼손되거나 파괴된 소중한 자산의 보호에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다. 시민보호청, 군대, 소방대 및 기타 법 집행기관과의 협업이 긴밀하게 이뤄졌다.
이탈리아 중앙문화재 복원연구소 코라도 마리아 엘레나 박사는 보고서에서 “2016년 이탈리아 중부 지진 당시 시민보호청이 소방대와 함께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대처하며 지진으로 인한 잔해에서 상당수의 인명을 구조했다”며 “특히 문화재의 경우 문화부, 법 집행기관, 지방 정부 등이 공동으로 재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절차가 최근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탈리아는 문화재 위험지도 제작과 ‘문화유산 지진위험 평가·완화 지침’ 등을 마련하여 지진을 비롯한 다양한 재난에 대비하고 있으며, 구조물 보강에는 특수 재료와 함께 로마 시대 이래로 사용되어 온 전통 공법을 개선하여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