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교권침해보험 불티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흥학’에서 “예전의 학교에서는 예를 익히고 음악을 배웠는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예도 파괴되고 음악도 무너져서 학교 교육은 책 읽기에 그칠 뿐”이라고 꼬집는다. 예의와 인성을 도외시하고 성적만 중시하면 교육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200년 전 다산의 탄식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율곡 이이의 ‘학교 교범’이나 성균관 ‘학칙’이 강조한 스승에 대한 공경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가 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실시한 전국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교직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한가’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은 35.7%에 그쳤다.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응답은 31.0%에 불과했다. 교원들의 사기는 78.0%가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학부모나 학생의 폭행·폭언 등으로 교원단체에 상담을 요청한 교사는 최근 10년간 두 배로 늘었다. 정년을 채우지 않고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무너진 교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교권침해보험이다. 교권침해보험은 2018년 4월 무렵 하나손해보험(당시 더케이손해보험)이 첫선을 보였다. 교사가 교육활동 중 폭행, 협박, 명예훼손, 성폭력범죄나 부당한 간섭 등을 당했을 때 보험금을 주는 특약이다. 학교마다 설치된 교권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쳤음을 입증하면 300만원을 정액 지급한다. 크게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그해 1512건이 팔렸고, 2019년에는 누적가입자가 1559명이 됐다. 이후 누적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 2020년 1월에는 4451명, 2012년 1월에는 6082명, 올해 1월에는 6833명이 됐다. 2019년에는 위로금을 수령한 교사가 30여명에 불과했으나, 올해 1월엔 누적 250명이 위로금을 받았다.

스승의 권위가 대체 얼마나 무너졌기에 교권 침해 보험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을까. 학교에서의 교권 추락은 모두가 당장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얼마 후면 본격적인 입학 시즌이다. 교사는 교사답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입학식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