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뒤흔드는 대장동 ‘그분’의 실체… 그저 김만배의 ‘과시욕’인가

檢 수사 막바지에도 의혹만 분분

이재명·대법관 거론… 증거 빈약
여야 입장 따라 아전인수식 해석
녹취록 “尹 좋으신 분” 발언도 공방
金 “지분 키우려 과장·거짓말” 일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뉴시스

검찰의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을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장동 4인방’ 중 한 명이자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과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의 실체를 두고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그분’이 상대 진영과 연관돼 있다며 맹렬한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멀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평가다. 김씨 특유의 과시욕이 아전인수식 해석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정 회계사가 제공한 녹취록을 분석하며 막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치권에선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분 논란은 지난해 10월 초 녹취록에 김씨가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 아닌 걸 다들 알지 않느냐. 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담겨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촉발됐다. 지난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당시 천화동인 1호가 받은 배당금은 1208억원이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그분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이 후보를 그분이라고 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나온 바 없다. 이 후보에게 개발 이익이 돌아간 정황이나 관련자 진술도 없고, 김씨도 이 후보가 그분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녹취록에서 김씨 등이 이 후보를 언급할 때 이 후보 실명을 그대로 밝힌 것도 이 후보가 그분일 가능성이 낮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다 최근 추가로 공개된 녹취록 내용 중 김씨가 한 현직 대법관을 ‘그분’이라 지칭한 게 알려지자 민주당은 반격 카드로 삼았다. 지난해 2월4일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라며 A대법관을 언급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A대법관이 그분이 맞다면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이기도 한 셈이어서 해당 대법관을 그분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A대법관 역시 ‘김씨와 아는 사이도 아닐뿐더러 왜 자신이 녹취록에 거명됐는지 모르겠다’며 펄쩍 뛰었다는 후문이다.

민주당은 문제의 녹취록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름이 등장한 것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전날 녹취록을 공개하며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윤석열 영장 들어오면 윤석열은 죽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공개된 녹취록에서 윤 후보에 대해 “되게 좋으신 분이야. 나한테도 꼭 잡으면서 ‘내가 우리 김 부장 잘 아는데, 위험하지 않게 해’(라고 했다)”라고도 말했다.

법조계는 김씨가 과시욕에서 윤 후보 관련 발언들을 했을 수 있다고 본다. 김씨는 녹취록 속 대화들은 과장된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배당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지분을 키우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녹취록 속 내용의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대선이 끝나도 녹취록을 둘러싼 논란과 정치적 공방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