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명대로 올라선 것과 관련해 “확진자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 수가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강조했다.
오명돈 위원장은 2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규 확진자 10만명대가 이어진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1만이건 10만이건 20만이건 확진자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숫자에 겁먹을 필요 없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오 위원장은 “확진자를 중심에 놓는 것은 오미크론 시대에 맞지 않는다”라며 “가장 중요한 지표는 사망자이고, 다음으로 위중증 환자, 입원자, 확진자 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도 올라가고 있다’는 질문에는 “코로나 전에도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오고 숨졌는데, 이 같은 환자가 ‘우연히’ 코로나 진단을 받는다”라며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크게 퍼지면 이처럼 중환자․사망자도 늘어나기 때문에 지금 늘어나는 중환자·사망자가 오미크론 폐렴 악화 때문인지 기저질환 악화 때문인지 나눠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이것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추가 사망자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9년 기준 하루 65세 이상 사망자가 600명인데, 하루 사망자가 700~800명이라면 추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면 큰 문제”라며 “이걸 볼 수 있는 실시간 시스템이 없다. 최소 한 두 달 지나야 아는데, 그 전에는 의료현장 경험으로 추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대병원의 예를 들었다. 그는 “1~2월 오미크론 입원 환자가 84명인데, 폐렴이 악화해 중환자실로 간 사람이 없다. 사망자도 없다. 모두 3일 지나니 증세가 좋아져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면서 “만약 델타 바이러스라면 80대 감염자 셋 중 한 명은 중환자실로 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해 다른 병원 의료진들도 오 위원장과 비슷한 답변을 했다.
서울아산병원 홍상범 중환자실장은 “중환자실에서 기계 호흡(인공호흡기) 하는 중증환자가 델타 시절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고,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는 “델타 때는 인공호흡기 등의 치료를 받던 중환자가 6~7명이었는데 지금은 2~3명이다. 중증 진행이 훨씬 적다”라고 밝혔다.
‘그래도 확진자가 20만명, 30만명 발생하면 어쩌나’라는 질문에 오 위원장은 “델타 때라면 이렇게 확진자가 많으면 사망자가 훨씬 많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영국·미국·일본 등이 그랬다. 델타 유행이라면 이런 말(겁먹지 말라)을 못한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일본의 델타 유행(제5파, 지난해 6월 21~12월 16일)과 오미크론 유행(제6파, 12월 17일 이후)을 비교했다. 중증화율은 1%→0.1%, 사망률은 0.4%→0.1%로 떨어졌다. 60대 이상 고위험군만 보면 중증화율은 4.7%→0.59%, 사망률은 3.7%→0.69%로 떨어졌다.
오 위원장은 향후 오미크론의 동향에 대해 “여러 나라의 동향과 외국의 예측 전문가의 추정 등을 보면 우세종이 된 지 한 달 후에 정점에 도달했다”면서 “외국처럼 간다면 1월 하순에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됐으니 우리도 이달 말께 정점에 다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유전자 증폭(PCR) 검사 제한 이후 숨은 감염자가 많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그는 “(확진자 증가 억제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의 예를 보면 무증상 감염자가 적잖다. 영국은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정부, 대학이 함께 10만명의 샘플을 구축해 대선 여론조사처럼 정기적으로 조사한다. 이를 통해 정부 발표 확진자보다 실제 얼마나 더 유행하는지를 파악한다”라며 “우리도 이런 체계를 구축해야 ‘가을 코로나’에 대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