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적금'이라더니…지난해 취업자 가입 불투명, 군 월급도 미인정

최고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이 21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에서 5부제 가입 방식으로 출시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은행과 모바일 앱. 연합뉴스

“지난해 취업하셨다면 7월에 신청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예산이 조기 소진돼 마감될 수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다가 군에 입대해 지난해 제대하고 새 직장을 얻은 박모(28)씨는 청년희망적금을 받을 수 있는지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 문의했다가 이같은 답변을 받았다. 현재 가입 자격 판단 기준연도인 2020년 현역병이었던 박씨는 군대에서 월급을 받았지만 군 월급은 소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박씨는 “(병사)월급을 받았는데 소득이 없었다 하니 황당하다. 더구나 회사를 다니다가 입대했는데 그 때 마침 군 복무를 했다는 이유로 배제돼 더 억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연 10%대 금리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 신청 첫날부터 대란이 벌어지자 정부가 가입자를 대폭 늘렸지만, 자격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지난해 취업자와 기준연도 군 복무자, 미취업자 등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취업자는 7월부터 가입할 수 있지만, 관계 당국은 “예산이 그 때까지 남아 있을지 모르고, 추가 편성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청 폭주를 감안해 대통령이 직접 3월4일까지 신청자는 모두 가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가입자에 대한 검토가 없어 대선을 앞두고 청년표를 의식한 퍼주기 정책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3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전날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청년희망적금 운영방안에 따라 다음 달 4일까지 요건에 맞는 청년의 가입을 모두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준으로 요건을 충족해 국세청이 지난해 소득을 확정 짓는 오는 7월에야 가입이 가능한 이들을 위한 예산이 충분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앞서 금융위가 밝힌 청년희망적금 가입대상은 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 청년으로 직전 과세기간 동안 국세청 소득증명을 할 수 있는 수입이 있으면서 총급여가 3600만원 이하인 경우다. 현시점 기준 직전 과세기간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지만 국세청의 소득 확정이 마무리되는 오는 7월까지는 전전년도인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소득으로 가입 가능 여부가 판단된다. 이로 인해 2020년도에는 수입이 없거나 급여 기준이 초과하는 등의 이유로 조건에 맞지 않았다가 지난해에 기준을 충족하게 된 청년들은 7월에 청년희망적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1일 시작된 가입 신청의 경우 다음 달 4일까지는 전원 수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7월 이후 가입자를 위한 예산 확보는 불확실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7월 가입자를 위한 예산이 남아있지 않게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만, 그 부분은 아직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다음 달 4일 이후 사업 재개 여부는 상황을 더 살펴본 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해 취업해 처음 소득이 생겼거나, 지난해에 전년 대비 소득이 줄어든 경우 등 현재 가입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청년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 중소기업에 취업한 김모(26)씨는 “제일 최근 경제 여건이 반영되는 지난해가 아닌 2020년을 기준으로 먼저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딱 일주일 진행되는 5부제 가입 기간을 감당할 예산도 충분치 않아 땜질식으로 늘렸는데 7월에 자격이 생기는 사람들은 아예 기회조차 없을 것 같아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애초에 예산을 너무 적게 편성했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위는 청년희망적금 설계 당시만 해도 오히려 예산이 많은 편으로 평가됐다고 해명했다. 청년희망적금 예산은 과거 운영된 ‘재형저축’을 모델로 산정됐다. 재형저축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가입 가능했던 적금 상품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장기 유지 시 비과세 혜택 등을 제공해 사회 초년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금융위는 “이번 청년희망적금이 당시 재형저축과 비슷한 조건이라 이를 활용해 수요와 예산을 예측했다”며 “지난해 상품 설계 당시만 해도 주식 시장 등의 상황이 좋아 청년희망적금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주식 시장이 악화하는 등 상황이 변하며 적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예상보다 많은 신청자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오히려 국회에서 예산이 너무 과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군복무 시절 월급을 소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이에 대해 금융위와 서금원은 병역 의무 이행시 받는 군 월급이 비과세기 때문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금원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 소득 요건은 국세청 소득증명을 기준으로 하는데, 군 복무시 받는 월급은 비과세로 국세청 소득증명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청년희망적금 신청 요건을 판단하는 소득으로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