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호남 표심을 향해 적극 손을 내밀었다. 호남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호남홀대론’과 지역주의 타파 필요성, ‘DJ(김대중 전 대통령) 통합정신의 적임자’ 등을 내세우며 지역 민심을 파고들겠다는 구상이다. 호남 표심은 비단 해당 지역의 득표율뿐 아니라 수도권 표심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 선거 막바지까지 사활을 걸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전북 정읍에 있는 동학농민혁명운동 기념관을 방문한 뒤 동학농민군의 위패를 모신 구민사를 참배했다. 윤 후보는 방명록에 “권력의 부정부패에 항거하면서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일깨운 동학혁명의 정신은 지금도 우리 가슴에 타오르고 있다”고 적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대장동 비리의 몸통’이라고 그간 지목해온 만큼 이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거리유세에 모인 군중 가운데서 “윤석열 나가라”는 항의도 나왔지만, 윤 후보가 현 민주당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맞다”면서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윤 후보는 이어 전남 신안군 하의도 DJ 생가를 찾아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윤 후보가 유독 ‘DJ 정신’을 강조하는 것은 호남 표심 겨냥뿐 아니라 정치 신인으로서 아직 모호한 자신의 정치 비전을 우회적으로 보여줄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김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던 포용의 리더십으로도 유명하다. ‘정치보복 발언’ 논란을 겪은 윤 후보로선 DJ에 대한 존경심을 강조하면서 그와 같은 정치인이 되겠다고 자신을 포장할 수 있다.
또한 ‘친문’(친문재인)과 그 이전의 뿌리인 ‘친노‘(친노무현)가 주축인 현 민주당에서 과거 DJ계가 대부분 소외된 점에서 이들을 구분 지으며 지역 민심을 자극하려는 전략으로도 보인다.
윤 후보는 수십년간 호남을 장악한 민주당 시절 인프라 건설 등 지역발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도 호남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유세에서 “민주당이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반대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지적이 젊은 층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보고 지역 숙원사업인 ‘광주쇼핑몰 2탄, 3탄’을 준비하고 있다. 광주 지하철 2호선과 KTX, SRT 호남 유치, 나주 에너지엑스포 유치, 전주 아파트 분양가 제한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을 향한 진군은 비단 호남 지역 득표만을 위한 게 아니라 수도권 표심과 연동돼 있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인구의 30% 이상이 호남 출신인 만큼 이들의 고향 민심이 우호적일수록 수도권 표심도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서울 25개 구청장 중 민주당 소속이 24곳이고 모두 호남 출신이다. 호남을 향해 나아갈수록 수도권까지 아우를 수 있다”며 “현 분위기라면 호남 지역에서 15%까지 득표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10∼20%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수정당 후보가 대선 때 호남에서 얻은 최고 득표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10.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