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협상 결렬을 둘러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책임 다툼이 사실관계를 다투는 폭로전으로 번졌다. 후보 사퇴를 전제로 한 합당 논의와 관련 국민의당 측은 서울 종로구와 부산시장 공천 등의 조건을 제안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합당은 당의 영역”이라면서도 후보 단일화를 대가로 공천을 배려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권한 밖”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에서는 이 대표가 국민의당 측과 진흙탕 싸움을 벌이자 “후보의 리더십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달 초 이 대표를 만나 합당 제의를 받았다. 안 후보가 깔끔하게 사퇴하고 이를 전제로 합당하면 국민의당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특례조항을 만들어 최고위원·조직강화특위·공천심사위원회 참여를 보장한다는 제안을 했다”며 “지난 11일 두 후보가 여수역에서 단일화 선언하는 이벤트도 준비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이 대표가 안 후보의 서울 종로구 보궐선거나 부산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타진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 본부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앞서 이 대표의 ‘배신자 프레임’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열렸다. 이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야권 단일화 협상 결렬의 배경을 두고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 의사와 관계없이 ‘안 후보를 접게 하겠다’ 등 제안을 해온 것도 있다”며 국민의당 내부에 배신자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본부장은 “(단일화) 헤게모니를 이 대표가 갖고 싶어했던 부분에서 본인의 의지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 본부장과의 단일화 협상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야권 단일화 문제는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며 자신이 논의한 부분은 합당과 지방선거 등 당 영역에 국한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안 후보에게 보궐·지방선거 출마를 제안했다는 이 본부장의 주장에 대해 “제가 할 수가 없는 말”이라며 “종로는 전략 공천지로 지정해 만약 그런 의사 있다면 검토할 수 있겠지만 부산시장은 경선해야 한다. 안 후보에 그런 것을 도전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 본부장이 국민의당 측 ‘배신자’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모 인사가 2월 초 ‘안 후보가 출마 포기, 지지 선언을 하되 합당은 안 하는 방향으로는 이 대표의 생각은 어떻냐’는 취지의 문의를 당 대표인 저에게 했다”며 “이 본부장은 당사자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단일화와 사태 봉합의 키를 쥐고 있는 윤석열 후보는 침묵하고 있다. 윤 후보 측에서는 단일화에 대해 후보와 교감이 없는 이 대표가 합당을 명분으로 단일화 논의를 한 것 자체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윤, 안 후보 사이의 회동도 지연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중재로 두 후보가 만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소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는 단일화의 공식 채널도 아니었으며 후보의 의사를 뛰어넘어 이 대표가 단일화 의제를 주도한 것에 대한 불쾌한 반응도 나왔다. 선대본부의 한 관계자는 “단일화는 후보 간 결단의 영역이다”며 “안 후보를 품어야 하는 윤 후보 입장에서는 양자택일의 딜레마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