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들은 선거를 12일 앞둔 25일 권력구조 개편과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 뒤엉켜 격돌했다.
충돌 지점은 더불어민주당의 정치개혁안, 그리고 선거 막판 초대형 안보 이슈로 부상한 '우크라이나 사태'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양강 후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구도 싸움'도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단일화 키'를 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향한 양강 후보의 구애 손짓이 계속된 가운데 이 후보는 정치개혁안을 고리로 '반윤(反尹) 연대'를 구축하려 애썼다.
반면 윤 후보는 이 후보에 대한 집중 공격에 주력하며 '정권교체 연합전선'에 안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포섭'하려 노력했다.
안 후보는 틈만 나면 러브콜을 보내오는 양강 후보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되레 두 후보의 아픈 곳을 파고들며 '비호감 양강 후보'의 대안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 토론 때 이 후보와 서로 '규칙을 지키라'며 실랑이까지 했던 심 후보는 이번엔 작심한 듯 윤 후보에게 '칼'을 겨눠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도 이번에는 심 후보에게 한층 우호적 스탠스를 취했다.
이 후보의 이날 전략은 나흘 전 TV토론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윤 후보를 향한 말은 여전히 거칠었지만, 선공보다는 역공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대신 토론회 내내 안철수-심상정 후보를 모두 껴안으며 '반윤 텐트'를 치는 데 주력했다.
기회만 닿으면 다당제 구상을 담은 민주당 정치개혁안을 앞세워 연합 전선을 꾸리고 윤 후보를 고립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후보는 안 후보와 심 후보의 말이 끝날 때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맞는 말씀이다" 등 주파수 맞추기에 공을 들였다.
이 후보가 토론회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 것도 안 후보였다.
윤 후보는 토론 초입부터 이 후보를 정조준해 직격탄을 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치열했던 4각 난타전의 첫 포문도 윤 후보가 열었다.
'박빙 우세'에서 '초박빙 혼전'으로 지지율 싸움이 다시 대혼전 양상으로 복귀한 것을 염두에 둔 듯 공세 수위도 한층 거셌다.
윤 후보 역시 안철수-심상정 후보와의 맞토론에서는 방어 위주로만 임하며 공격력을 비축했다. 특히 안 후보에게는 '초밥 법카 논란' 등 이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이재명 때리기'에 끌어들이려는 모습도 간간이 엿보였다.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이번에도 대장동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사생결단식 공방전을 벌였다. 서로를 거짓말쟁이로 몰며 '대장동 몸통'은 상대라고 강변했다.
이번에도 선공은 윤 후보 몫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 대부분을 이 후보의 '대장동 게이트' 연루 의혹을 파고드는 데 썼다.
윤 후보는 "계속 거짓말, 거짓말을 많이 하신다. 그동안 하신 얘기들이 전부 사실하고 다른 것 아니겠나"라며 "대구고검으로 좌천 가서 앉아있는데 어떻게 (내가) 몸통이 된단 얘기냐.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말씀을 좀 해보라"고 몰아부쳤다.
그러자 이 후보는 "윤 후보님 정말 문제"라며 "저축은행 비리 수사 봐주지 않았나"라고 받아쳤다. 이어 "정말 윤 후보님 문제시다. 그들(대장동 일당)에게 도움을 준 것도 윤 후보고, 이익 본 것도 윤 후보 아니냐"라고 역공을 가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양당이 이른바 위성정당을 만든 것을 두고는 '원조' 논쟁도 벌어졌다.
윤 후보가 먼저 "민주당은 지난번(총선)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의당의 협조를 받아서 해놓고서 바로 위성정당을 만들어 우리 정의당을 뒤통수치고 배신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윤 후보 보면 가끔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실을) 모르고 그러는 것인지 알고도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라며 "위성정당 문제는 국민의힘이 먼저 시작해 민주당이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것을 두고도 가시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이 후보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터지니까 지구 반대편의 먼 나라 일이고 우리하고 무관한 일이라고 처음에 말했다"며 "지금은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사람으로서 안보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는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이 후보는 "윤 후보는 정말로 거짓말을 아주 자주 하는 것 같다"며 "'먼 나라 일인데 우리나라의 주가가 내려갈 만큼 영향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 일부를 떼어서 그렇게 왜곡하지 말라"며 "6개월 초보 정치인이 어떤 결과를 빚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공방전은 감정 섞인 비방전으로도 번졌다.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張飛)가 소환되는가 하면 만화 주인공 '둘리'에 친일파 이완용까지 설전에 끌어들이는 촌극을 빚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안보관을 문제 삼으며 "말을 세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대비는 철저히 하면서도 외교적으로 소통·협의를 잘하며 관리해야지 큰소리 뻥뻥 친다고 되느냐. 그걸 '안방 장비'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이미 했는데 'NSC 회의 하라'고 주장하신 것도 봤는데, 시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며 "우리 윤 후보님, '빙하 타고 온 둘리 갔다'고 혹시 들어보셨느냐"고 비꼬았다.
이에 윤 후보도 "정상적인 질문을 하시라. 팩트에 근거해서"라고 맞받았다.
윤 후보는 이 후보와 '대장동 공방'을 벌이던 도중 "제가 몸통이라는데, 제가 성남시장을 했나 아니면 경기지사를 했나 아니면 관용 카드로 초밥을 먹었나"라며 "마치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었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브로커)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 줬나"라고 한 뒤, 윤 후보가 "전 그 사람 본 적 없다"고 답하자 "아이고 참 희한하네"라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안 후보는 토론회장에서도 계속된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러브콜에 아무 '응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후보의 허점을 찌르는 공격을 연달아 퍼부으며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사전에 계산이라도 한 듯 두 후보를 겨냥한 공격 횟수나 강도는 비슷했다.
안 후보는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인 '조국 사태'를 끄집어내 이 후보를 코너로 몰았다. 과거 이 후보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서 했던 발언들을 정리한 손팻말도 들고나왔다. 윤 후보에 대해서도 핵 공유 등과 관련해 손팻말을 제시하며 공격에 나섰다.
안 후보는 또 3명의 후보에게 "정치 보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을 토론장에 다시 소환했다. 우회적으로 윤 후보를 저격한 것으로 해석됐다.
심 후보는 이날 유독 윤 후보를 정조준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에게 "박근혜 씨는 국정농단 중범죄자냐, 부당한 정치 탄압을 받은 것이냐"며 묻고는 윤 후보가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하지, 그 이외에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자 "직접 수사했고 20년 실형을 받았는데 법적 판결이 난 것을 말 못 하고 쩔쩔매느냐"고 윤 후보를 몰아세웠다.
심 후보는 윤석열·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문제에 대한 '돌직구'도 던졌다.
그는 안 후보를 향해 "그동안 국민의힘과 단일화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떻게 지금 양당의 단일화 열려 있느냐", 윤 후보에게는 "(단일화가) 더 추진될 가능성이 없느냐"고 각각 물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지금 이미 다 결렬됐다고 선언했죠. 그건 이미 다 끝난 일"이라고 못 박았다.
반면 윤 후보는 약 2초간 뜸을 들인 뒤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긴 뭐해도 저희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추가 협상 가능성을 시사, 안 후보와는 대조적 분위기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