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이 우크라 대통령 탓? 尹 “李 국제 망신, 대신 사과드린다”

李 “6개월 초보 정치인이 (우크라) 대통령 돼서…” 발언 논란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에 비판 게시물 올라와… 국힘도 맹폭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26일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 앞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러시아 침공을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인 것과 관련해 “국제적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 유명 커뮤니티인 ‘레딧’에 우리나라 대선 토론 영상이 올라왔다”라며 “’6개월 초보 정치인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되어서, 나토가 가입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은 충돌했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 세계로 알려지면서, 이를 비난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뒤를 이어 우리나라의 (추미애) 전직 법무부장관이 ‘지도력이 부족한 코메디안 출신 대통령’, (박범계) 현직 법무부장관이 ‘아마추어 대통령’이라며 타국의 국가지도자(우크라이나 대통령)를 비하한 글도 올라왔다”라며 “국제적 망신이며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불행한 일을 겪은 다른 나라를 위로하기는커녕,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하는 모습이 전 세계인의 공분을 사고 있다”라고 했다.

 

윤 후보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해외로 가지 않고 수도 키예프에 남아 결사 항전을 이끌고 있다. 그를 지지한 72%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라며 “러시아의 침공이 우크라이나 탓이라 하는 것도 심각한 무지의 소산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타국의 전쟁을 남의 일로 치부하고 말로만 평화를 외치는 정치인에게 우리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라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우크라이나 국민께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서 사과를 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2차 법정 TV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앞서 이 후보는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TV토론회에서 윤 후보의 선제 타격 발언과 사드 추가 배치 주장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코미디언 출신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보 지도자’로 표현했다. 이를 두고 정치 경력이 짧은 윤 후보를 겨냥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는 “전쟁은 정치인들이 결정을 하고 전쟁에서 죽는 것은 젊은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가입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면서 “물론 러시아가 주권과 영토를 침범한 행위는 강력하게 규탄을 해야 한다. 그러나 외교의 실패가 곧 전쟁을 불러온다는 아주 극명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토론 직후 영미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에는 이 후보의 발언이 나왔던 토론회 영상 일부와 함께 “한국의 민주당(여당) 대통령 후보는 토론회에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해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아울러 ‘아마추어 대통령 탓에 우크라이나가 위기에 빠졌다’는 뉘앙스의 글과 기사를 올린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글도 올라왔다.

 

국민의힘도 이 후보의 해당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준석 국힘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 후보의 발언을 게재하고 “러시아에 줄 서지 않고 나토에 가입하려 했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난하고 러시아 침략을 정당화하는 생각”이라며 “이 후보는 타임머신을 타고 구한말로 가면 일본의 침략원인을 고종과 조선의 무능이라고 칭하면서 의병으로, 독립군으로 싸우는 우리 조상들을 훈계할 생각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러시아가 아닌 침공 당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자초했다는 이 후보의 인식은 충격적”이라며 “러시아의 무력 침공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이자 국제법 위반인데도 이 후보는 러시아 공격을 사실상 두둔하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자극해 침공당했다고 해 우크라이나 국민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고양 일산문화공원 유세에서 “러시아는 결코 우크라이나 영토와 주권을 침해하면 안 된다. 정말 규탄해 마땅하고 책임 물어야 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는) 어느 대선후보보다 먼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고.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일성과 주권 존중을 강조하며, 관련국들이 긴급히 대화에 나서서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끝까지 다해주기를 촉구했다”고 해명했다. 또 “어제 토론에서도 이 대표는 ‘러시아가 주권과 영토를 침범한 행위는 강력하게 규탄을 해야 한다’고 못 박아서 말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평화적인 외교 노력으로 해결되지 못한 과정을 평가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굳건히 하기 위한 의견을 윤석열 후보와 토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