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에 의한 현상변경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은 아시아를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 같은 행위를 억제하는 것과 관련된다.”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이 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지만 더욱 염두에 둔 것은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잘못된 선례가 되어 중국이 대만이나 일본과 영토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군사행동을 일으킬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에 대한 일본의 경계심이 한층 높아지며 미일동맹에 기초한 방위력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커지는 양상이다.
27일 NHK는 “러시아의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는 대만해협이나 동중국해 등에서 해양진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패권주의적 행동을 조장해 아시아 지역 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부의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26일 전화회담에서 이같은 우려를 표현했다. 그는 “이번 러시아의 침략은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유럽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중국과 러시아는 힘에 의한 영토확대를 불사하는 자세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양국이 군사적, 경제적으로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문은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이번달 초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무역관계 강화에 합의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일본 주변에서 군사활동을 활발하게 벌이며 군사적 결속도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러시아의 폭격기가 일본해와 동중국해, 태평양 상공을 함께 비행하며 일본 방공식별구역으로 진입했다. 외무성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지난 24일 복수의 중국 전투기가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신문은 우크라이나의 정세에 따라 일본 정부가 올해말까지 개정하려는 ‘국가안전보장전략’ 논의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료를 지낸 한 인사는 “러시아의 침공에 따라 일본에서 방위력 강화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