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개 업종 방역패스 섣부른 해제, 선거용 아닌가

확진자 동거인 격리까지 해제
유행정점 멀어 상황악화 우려
방역 책임 개인에게 넘겨 논란
내일부터 식당·카페 등 모든 다중이용시설 방역패스 중단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정부가 다음 달 1일 0시부터 식당·카페 등 11종 다중이용시설 전체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한 28일 서울의 한 음식점 입구에 설치된 발열체크 기계와 QR코드 확인 단말기의 모습. 2022.2.28 ondol@yna.co.kr/2022-02-28 15:00:18/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정부가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던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 적용 중인 방역패스(코로나19 예방접종증명·음성확인제) 시행을 오늘부터 중단한다. 조정 대상은 11개 다중이용시설과 감염취약시설, 50인 이상 모임·집회 행사다. 4월부터 예정됐던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 시행도 철회한다. 방역패스 도입 4개월 만에 원점으로 후퇴한 것이다. 정부가 “조정안은 잠정적 조치로 새로운 변이 발생, 백신 접종 상황 등에 따라 재개 또는 조정될 수 있다”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앞서 정부는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확진자 동거인에 대한 격리 조치도 오늘부로 해제했다. 동거인이 격리되지 않으면 지역사회 전파가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방어 전선을 뒤로 물린 것이다. 오미크론 변이 특성과 역학조사 등 보건소 인력 업무 과부하를 이유로 들었지만 굳이 공식화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여기에 방역패스 중단까지 더해지며 마스크와 사적모임·영업시간 제한을 뺀 방역조치 대부분이 무력화됐다. 개개인에게 방역 책임을 떠넘긴 각자도생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도 자주 바꿔 방역 지침을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문 지경이다.



여러 논란에도 방역패스만큼은 백신 미접종자 보호 등을 위해 계속 유지하겠다던 정부가 약속을 뒤집은 데 대한 국민 배신감은 작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거리두기와 방역패스의 조정을 오미크론 유행 정점이 예상되는 3월 중순 이후에 추진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유행의 정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방역패스를 중단한 것은 덴마크와 영국, 프랑스 등 해외 사례와 대비돼 못내 아쉽다. 한국보다 유행 속도가 훨씬 빨랐던 이들 나라는 정점 도달 이후에 비로소 방역 제한을 풀었다. 정부의 섣부른 방역패스 해제조치가 더 큰 유행으로 이어질까 두렵다.

어제 신규 확진자는 13만9626명, 위중증환자는 715명으로 오미크론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더구나 사망자는 114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재택치료자는 80만명이 코앞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어제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3월 9일 하루 확진자가 23만명 이상, 병원 입원 중환자는 1200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현 코로나19 유행 상황의 정점은 3월 초부터 중순까지로 예측됐다고 했다. 오미크론이 아직 정점에 이르지 못했다는 얘기다. 정부의 방역패스 중단조치가 자영업자 불만을 의식한 ‘선거용’으로 급조된 대책은 아닌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