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초박빙 접전으로 흘러가면서 그 폐해가 후보들의 공약에서 나타나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상대방이 발표한 공약을 그대로 차용하거나 ‘플러스알파(+α)’를 보태 새 공약으로 둔갑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28일 이 후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약한 ‘기초연금 월 40만원으로 인상’을 약속하자 정치권에선 ‘공약 베끼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소득 하위 70%인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월 30만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되는데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지난 7일, 윤 후보는 16일 지급액을 4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서다. 기초연금 인상은 지난 22일 민주당이 공식 발표한 정책공약집에도 없는 내용으로, 이 후보가 이날 발표한 ‘새로운 공약’에 해당하지만 ‘원조’는 아닌 셈이다.
일치하는 두 후보의 공약들 모두 수혜 대상이 분명한 정책들로, 특정 유권자층의 표가 상대방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뒤늦게 공약을 차용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약 차용이 횡행하면서 정책·비전 대결의 효용성도 사라지고 있다. 복지, 경제성장 등 보수·진보 진영의 이념 충돌이 불가피했던 분야에서도 좌클릭, 우클릭이 성행하며 중도지향의 ‘공약 수렴화’ 경향이 나타나서다.
특히 차기 정부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코로나 위기 대응, 부동산 등 주요 분야 공약도 대동소이해 “이름을 가리면 누구 공약인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 대책으론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보상을 위한 50조원 재원 마련, 금융구제책 신설 등 대동소이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집값 안정화 해법 또한 250만호 이상의 공급 폭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용적률 최대 500%까지 상향,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대폭 확대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23일 한국정책학회·한국행정학회는 주요 후보 4인의 정책공약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의 정책 수요를 발굴하는 것이 체계화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