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28일 강원도 ‘동해안벨트’ 5개 도시를 누비며 ‘안보’를 거듭 강조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북한의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 등 국내외 안보 이슈를 의식하는 한편, 접경지역인 강원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른바 ‘대장동 문건 보따리’ 전문을 공개하는 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향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강원 동해시 천곡회전교차로 유세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도발이라고 말하지 못 한다”며 “운동권 정권이라서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이 후보가 지난주 TV토론에서 한 발언 논란을 두고 “며칠 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했다. 남의 나라 주권을 무력으로 침공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 아닌가”라며 “그럼에도 민주당에서는 ‘코미디언 출신의, 임기 6개월차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해서 침공당한 것’이라고 말한다”고 맹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해당 발언이 “국제 망신”이라면서 “대통령이 국민과 결사항전을 벌이고 있으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게 도대체 정신이 제대로 박힌 정권인가. 대통령 후보가 이러면 말이 되나”라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평소 ‘강원의 외손’을 자임해온 윤 후보는 “여기 오면 그냥 집에 온 것 같다. 로터리(회전교차로)도 거의 바뀐 게 없고, 시청하고 경찰서 이런 데는 조금 리모델링 된 것 같지만 옛날하고 거의 그대로인 것 같다. 더 발전해야 하지 않나”라는 말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파 속에서,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맞아요~ 허허허”, “잘 아네~” 같은 추임새가 새어 나왔다.
오후에 강릉시로 이동한 윤 후보는 월화거리광장 유세에서도 민주당 이 후보가 북한 미사일 발사를 놓고 “우리가 재래식 무기에서 북한을 압도하기 때문에 북한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핵을 개발해서 배치하는 거니까 (미사일 발사를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따위 말을 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국군통수권자가 돼서 되겠느냐”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윤 후보는 최근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과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등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대선을 열흘 남겨두고 뭔 놈의 정치개혁이란 말인가”라며 “국민을 얼마나 ‘가붕게’(가재·붕어·게)로 아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그는 “이 무도한 민주당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 바로 정치개혁”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최근 정부가 자영업자들에게 방역지원금 300만원을 지급한 걸 두고는 “집값을 올려서 재산세·종부세(종합부동산세)로 더 뜯어낸 돈, 여러분이 내는 수많은 간접세, 이런 것들로 만들어내는 것(방역지원금)”이라며 “이런 되지도 않은 돈 300만원에 현혹될 주권자가 아니실 것이다. 절대 속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날 윤 후보는 오는 4∼5일 이틀 간 실시되는 사전투표에 적극 참여해달라고도 호소했다. 그는 “당일 투표만 해선 이길 수 없다”며 “선거 날 확진자가 수십만(명)이 나온다고 발표를 해서 여러분이 당일(본투표일) 투표를 못 하게 막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당내 일각의 ‘부정선거’ 우려를 의식한 듯 “공명선거 감시단을 발족해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어 속초시로 향해 속초관광수산시장 유세에서 “26년간 부정부패와 싸워오면서 지난 5년 간 민주당 정권처럼 이렇게 썩고 무능한 정권, 아예 부정부패를 수사도 못 하게 하는 방탄 정권은 처음 봤다”며 “이번 대선은 5년마다 있는 대선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사느냐 죽느냐의 대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서고속화철도와 영동북부고속도로 속초~고성 구간을 완성해 사통발달의 교통중심지로 만들겠다거나 케이블카 연결을 약속하는 등 지역 밀착형 공약들도 언급했다. “안보를 튼튼히 하고 경제번영을 이뤄내겠다”고도 공언했다.
이날 윤 후보의 안보 발언은 온라인 공간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이 모라토리엄(핵 실험 및 대륙 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며 “강력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힘을 통한 평화'를 달성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 국민이 안보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고도 적었다. 윤 후보는 또 다른 글에선 “미국이 발표한 대러(대러시아) 제재 동참 파트너 32개국 명단에 한국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민주당 정권은 한미동맹의 굳건한 뿌리를 제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이후 홍천군과 춘천시를 잇달아 방문해 유세를 마친 뒤 귀경길에 올랐다. 저녁엔 서울 종로구의 한 횟집에서 정부의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한편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과 김은혜 선대본부 공보단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얼마 전 안양~성남 제2경인고속도로 분당 출구 인근 배수구에서 발견됐다는 대장동 문건 전부를 공개했다. 원 본부장은 이 문건들이 “대중에 공개된 일반적인 홍보물이나 발표문이 아니라 핵심 관계자들이 주고 받은 공문서”라며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내용으로 가득찼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작년에 압수해 재판 증거로 제출한 것’이라는 입장을 낸 데 대해선 “검찰은 그 존재조차 몰랐다”며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